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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8개월 연속 ‘경기 부진’ 진단… 한국 경제 L자형 침체 우려

입력 | 2019-11-08 03:00:00

경제동향 11월호서 분석… 지난달 수출 작년比 14.7% 감소
9월 건설 투자도 7.4% 줄어…제조업 평균 가동률 조금 오르고
소비부진 완화 추세 등은 긍정적




정부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경제가 ‘경기 부진’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의 이 같은 경기 부진 진단은 4월부터 8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다만 소비 부진이 완화 추세를 보이는 등 경기가 더 악화되진 않았다는 분석이다. 경기가 나빠진 뒤 회복되지 않는 L자형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KDI는 7일 발간한 ‘경제동향 11월호’에서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해 제조업을 중심으로 전산업생산이 부진하다고 했다. 다만 제조업 가동률이 소폭 올랐고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횡보하는 모습을 보여 경기 수축이 심화하지는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소매판매 증가세가 이어졌고 소비자심리지수가 다소 개선된 점은 긍정적으로 봤다.

10월 수출은 단가 하락의 영향이 계속돼 작년 같은 달보다 14.7% 감소했다. 월간 기준 2016년 1월(―19.6%)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반도체(―32.1%)와 석유제품(―26.2%), 석유화학(―22.6%) 등 석유류 수출 감소가 전체 수출을 끌어내렸다. 수입(―14.6%)도 같이 줄어든 까닭에 무역수지는 53억9000만 달러 흑자였다. 2010년 2월 이후 93개월 연속 흑자행진이었지만 최근에는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줄면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기조를 보이고 있다.

9월 설비투자는 1.6% 감소해 전달(―2.9%)보다 감소 폭이 줄었다. 같은 달 건설투자(건설기성)는 건축부문 부진이 계속돼 전달과 마찬가지로 7.4% 감소했다. 건설 수주는 토목부문의 신안산선 복선전철사업 덕분에 24.7% 증가했으나 주택 착공이 24.2% 줄어드는 등 주거용 부동산시장의 부진이 이어졌다.

9월 광공업생산은 자동차와 전자부품 등에서 감소했지만 반도체 기계장비 등이 늘면서 미약하게나마 증가세(0.4%)로 돌아섰다. 서비스업생산은 도소매업, 금융 및 보험업 등 전반적으로 둔화하면서 전체 증가율이 1.0%로 전달(2.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제조업 재고율이 여전히 높지만 평균 가동률은 소폭 올랐다.

소비는 내구재 중심으로 소매판매가 증가세를 이어갔다. 9월 소매판매액은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10.2%)가 큰 폭으로 늘면서 지난해보다 3.3% 증가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전달보다 1.7포인트 오른 98.6으로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두 달 연속 마이너스였던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0.003% 올라 상승 전환했지만 여전히 저물가 기조가 이어졌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수출, 투자 같은 실물경제는 부진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완화로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등 우리 경기가 더 나빠지는 흐름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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