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동발사 능력을 둘러싼 논란이 꼬리를 물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정부의 ‘축소 평가’ 공방에 이은 군 당국자의 ‘말 바꾸기’ 논란, 그리고 여기에 미국의 전문가들까지 끼어든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말 돌리기, 말꼬리 잡기로 흐르면서 정작 정답 없는 언어 문제를 푸는 듯한 양상이 됐다.
핵심은 북한 위협에 대한 엄정한 평가다. 북한의 ICBM 이동발사 능력은 고정식에서 이동식으로 가는 중간단계 어디쯤에 있다. 정부는 이동식발사대(TEL)의 능력, 즉 운반해서(transport) 세우고(erect) 발사하는(launch) 기술의 완성이란 측면에서 운반만 할 뿐 별도 거치대에 세워 쏘기 때문에 “TEL 발사는 어렵다”는 논리를 편다. 반면 운반해서 발사하는 게 가능한데 정부가 왜 위협을 축소하느냐는 게 야당의 반론이다. 결국 같은 내용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그 논란은 ‘북한 ICBM은 TEL로 발사하기 어렵다’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편향된 발언에서 비롯됐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동창리 미사일시험장이 폐기되면 ICBM 도발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밝힌 데 있다. 정책적 판단이 앞선 대통령의 과거 발언에 맞추느라 급급하다 보니 참모들의 말이 계속 꼬이고 군 정보책임자마저 불과 한 달 전 발언과 사뭇 다른 얘기를 하면서 더욱 논란을 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