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학원에서 입시 설명회를 듣는 학부모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신아형 사회부 기자
A학원은 이날 ‘교육정책 최고 전문가와 함께하는 예비 고1, 2 입시전략 설명회’라는 행사를 한 차례 취소했다가 강사를 교체해 다시 진행했다. 본래 연사로 나선다고 소개됐던 ‘최고 전문가’는 다름 아닌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여당 B 의원이다. A학원이 지난달 30일 홈페이지에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 정책 전문가인 ○○○ 국회의원을 모시고 현 정부의 입시정책을 알아보고, 그 대응 전략을 얘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홍보하자 신청자가 600명 넘게 몰린 것이다.
해당 글이 게재된 날 오전 교육위 여당 의원들과 교육부, 청와대 관계자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비공개 협의를 벌였다. 불과 닷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 정시모집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그 비율은 밝히지 않아 입시생 학부모의 관심은 온통 당정청 협의의 향방에 쏠려 있었다. 그런데 논의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국회의원이 설명회에 나타난다고 하니 학부모가 몰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A학원 대표 C 씨는 “B 의원을 초청한 건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었다”며 “대치동에는 영업을 위해 거짓 정보를 뿌리는 학원들이 많은데, 교육 전문가 B 의원을 초청하면 정부 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C 씨는 B 의원과는 인연이 있어 강연료도 주지 않는 조건으로 초청했다고 덧붙였다. B 의원은 “할 말이 없다”며 해명 요청을 거절했다.
B 의원이 정말로 강연료 없이 설명회 자리에 나오려 했는지는 핵심이 아니다. 전국 입시생 학부모의 시선이 한 달이 멀다 하고 새로운 교육 정책을 기습 발표하는 당정의 입에 쏠려있는 상황에, 교육 정책을 좌우할 수 있는 교육위 여당 의원이 특정 입시학원의 설명회 참석 요청을 단박에 거절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정부가 최근 잇달아 내놓고 있는 교육 정책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대입 특혜 의혹에 따른 대책 성격이 짙다. 그런데 입시 제도를 고치겠다며 만든 정책의 열매가 일부 정보력 있는 입시생과 학부모에게만 돌아간다면 다른 학부모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신아형 사회부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