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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병원 1곳도 없는데… 중기부 “강원 원격의료 정상 추진”

입력 | 2019-11-08 03:00:00

규제자유특구 7곳 졸속 논란… “원격진단-처방 얘긴 들은 적 없어”
정부가 밝힌 유일한 의원마저 발빼… “인식 안이하고 준비 허술” 비판




중소벤처기업부가 7일 전국 규제자유특구 7곳의 현장을 점검한 결과에 대해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7월 발표된 곳 중 강원도의 원격의료 실증사업은 참여할 동네의원을 구하지 못해 사실상 멈춰 있는데도 이런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 개혁에 대한 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과 함께 사전 준비도 허술했다는 쓴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7월 23일 기존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신산업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강원도 등 전국 7개 지방자치단체를 특구로 지정하면서 실증특례 사업 23개를 허용했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이 쏠린 게 강원도 원격의료사업이었다.

그동안 정부의 시범사업은 환자가 원격진단 기기로 측정한 혈압과 혈당 수치를 의사에게 전송하는 원격모니터링 수준에 그쳤다. 강원도 특구에서는 간호사가 환자 집을 방문한 경우 원격진단과 처방까지 가능해진 한발 나아간 시범사업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의료계의 반발을 우려해 원격의료 대상 환자는 고혈압과 당뇨 재진환자로 제한하고 참여할 수 있는 의료기관도 동네의원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원격의료사업은 3개월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정부가 원격의료사업에 참여하는 동네의원이라고 고시한 강원 원주시 ‘밝음의원’마저 “원격모니터링은 참여하되 원격진단과 처방 실증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밝음의원 관계자는 “원래 원격모니터링만 할 계획이었고, 이 사업을 함께 하자고 제안한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도 이런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정부로부터 단 한 번도 원격진단과 처방까지 허용한다는 세부 계획을 듣지 못했는데, 특구 지정 결과 마치 우리가 원격진단과 처방 실증사업에 참여하는 것처럼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원격의료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의 주체인 의료기관과는 사전 협의나 조율 없이 덜컥 특구 지정부터 한 것이다. 고혈압과 당뇨 환자에 대한 원격모니터링은 지금도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다. 강원도 원격의료사업이 원격모니터링에 그친다면 특구로 지정한 취지가 무색하다.

중기부가 이런 상황에서 “특구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발표한 건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원격의료사업을 내년 5월에 시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직 사업 준비 기간이라는 얘기다. 중기부 관계자는 “사업에 참여할 의료기관을 찾기 위해 강원도, 의료계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원격의료사업에 참여할 동네의원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밝음의원 관계자는 “사업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의료계와 탄탄한 신뢰를 쌓은 상태에서 차근차근 진행해도 될까 말까 한 게 원격의료인데 정부가 성급하게 추진하면서 논란만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규제를 제대로 풀려면 산업계와 주민 등 지역의 요구를 면밀히 살피고 이해 당사자와의 협의도 필수적인데 이런 과정 없이 무리하게 진행하는 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