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례 열린 방위비 협의서 요구… 7월 방한 볼턴 명세서와 같은 금액 당시엔 ‘내년부터 부담’은 얘기 안해… 드하트 “트럼프, 신속히 하라고 했다”
미 정부가 앞서 두 차례 진행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의에서 우리 정부에 48억 달러(약 5조5666억 원)에 달하는 방위비분담금을 내년부터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월 방한했을 때 미 정부가 주한미군 운용 및 한국 방위를 위해 1년에 쓰는 비용이 총 48억 달러에 달한다며 “향후 이 돈을 한국이 다 내야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실제 협의 과정에서도 이 기조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 측 대표단은 9월과 지난달 열린 1, 2차 SMA 협의에서 이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측이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요구하거나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면서도 미국 측 요구 금액이 48억 달러라는 점에 대해선 “그런 요구가 있었다”고 했다. 다른 소식통은 “방한 중인 제임스 드하트 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표는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거액의 요구액이) 내년도 목표액이라고 했다. 당장 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존 볼턴 당시 보좌관이 7월 방한할 때만 해도 미국은 당장 48억 달러를 내라고 요구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점을 특정하지 않은 채 “앞으로는 이 돈을 한국이 모두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 일각에선 미국이 협의 전에는 “48억 달러라는 거액을 미국이 쓰고 있으니 더 많은 방위비를 내라”며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라면 이번엔 “48억 달러를 내년에 내라”는 식으로 요구를 더 구체화하며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 정부가 과도한 요구를 이어가면서 정부는 ‘버티기 전략’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48억 달러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크게 웃도는 만큼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합리적 수준에서 분담한다는 SMA 협정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이날 “SMA 협정 틀을 유지하면서 합리적이고 공평한 수준의 분담을 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주한미군 주둔에 드는 비용은 주한미군 월급을 제외하면 아무리 최대로 잡아도 1년에 20억 달러 수준이고 이 중 절반가량을 한국이 낸다”며 “한반도 외 지역에서의 미군 작전 비용 등 한국과 1%라도 관련이 있는 비용을 다 모으면 48억 달러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