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들 슈라이버 美국방부 아태차관보 본보 인터뷰
랜들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6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방위비 분담금,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등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미국 국방부 제공
랜들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23일 0시에 종료될 예정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해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고(reconsider)해 주기를 바란다. 한일 양국의 ‘정치적 의지’가 있으면 해결할 길이 있을 것”이라며 파기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6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를) 파기하지 않기를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도 거듭 밝혔다. ‘한국이 끝내 지소미아를 파기하면 한미 동맹이 종료 이전과 마찬가지로 굳건히 유지되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한 셈이다. 미국은 백악관과 국무부에 이어 지소미아 주무 부처인 국방부까지 한꺼번에 나서 한국을 협공하는 모양새다. 해군 정보장교 출신인 그는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냈고 지난해 1월부터 국방부 차관보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북한이 6일 “미국의 무모한 군사적 움직임을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강하게 반발한 것에 대해 “연합 훈련은 북한의 ‘분노 수준(anger level)’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예정대로 진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소미아가 23일 종료된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나.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반발하며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북한의 ‘분노 수준’에 좌우되지 않는다. 연합 훈련은 (북-미 비핵화 협상 등) 외교 노력에 맞춰 규모와 범위 등을 조정해서 진행하고 있다. 이런 조정이 우리의 준비 태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와 단거리 미사일을 잇따라 시험 발사한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나.
“향후 외교(협상) 여지를 확보하거나 미국의 양보를 압박하려는 등 여러 목적이 있을 것이다. 북한군이 무기 역량을 증강하고 체계를 현대화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북한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어 나가려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생산적이지도 않다. 미국은 특히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협상 진전이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지금까지 북한과의 협상이 그다지 잘 진행되지는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금 갖고 있는 특별한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 중이다. 미국이 현 10억 달러(약 1조1592억 원)의 5배로 인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까지 요구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액 문제는 한국에만 국한되는 사안이 아니라 전 세계(다른 동맹 및 파트너 국가)에도 마찬가지다. 이 사안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분명하다. 그는 현재 협상이 더 실질적이고, 서로에게 미래에 더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한미 양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과 한국의 신(新)남방정책 같은 역내 현안은 물론이고 아프가니스탄 같은 광범위한 사안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전시작전권 전환 상황은 어떤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전환이 가능한가.
“모르겠다. 현재 진행 상황, 속도, 정치적 일정 등에 따라 최종 전환 시점이 결정될 것이다.”
―미국이 유엔사령부 역할과 비중을 강화해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유사시 한반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엔군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하면서 사실상 유엔사를 주도하고 있는데….
“나는 그런 논의에 참여해 본 적이 없다. 한반도에 주둔하는 유엔군은 전쟁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 않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실현 가능한 옵션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