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국제고-자사고 2025년 일괄폐지] 교육부 “서열 사라지고 공정교육”… 교육계 “지역불평등 조장” 반박 교육특구-타지역 교육격차 커질듯… 명문학군 부동산값 벌써부터 들썩 학생 적은 지방 학교 “문닫을 위기”… “아이 진학 어쩌나” 학부모도 혼란
“자사고 폐지”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2025년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의 일괄 일반고 전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를 주장해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오른쪽에서 첫 번째) 등 시도교육감 5명도 참석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교육부가 자사고 등에 ‘5년 시한부 선고’를 발표한 7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에 모인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 소속 학부모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연 학부모들은 “자사고 등을 폐지하면 고교 서열화 문제가 사라지고 모두에게 공정한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는 교육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교육계에서는 2025년부터 자사고 등이 모두 일반고로 전환되면 이른바 서울 강남구나 양천구 목동 등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해 온 지역 자사고 등이 학생 수 부족으로 존폐 위기에 내몰리면서 지방의 거점 고교가 한꺼번에 몰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강남 8학군 부활, 이사 수요 증가할 것”
“폐지 반대” 7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와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가 정부의 일반고 전환 방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두 단체는 정부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교육계에 혼란과 갈등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일반고 전환 직전까지 5년간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에 지원이 몰릴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다른 일반고가 비약적으로 발전하지 않는 이상 오랜 기간 교육 프로그램과 입시 실적 등으로 명성을 쌓아온 학교를 학부모들이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정부 방안이 하향평준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왜 자사고 등이 선택받는지 분석해 일반고에 도입하면 되는데 모조리 없애면 하향평준화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남 쏠림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최근 통계를 보면 그 영향이 실체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학생 모집 어려운 지방학교는 몰락 우려
농촌형 자율학교이면서 일반고로 전국에서 학생을 받아온 충남 공주시 한일고는 주변 중학교 졸업생이 매년 6∼9명에 불과하다. 자사고인 경기 용인외대부고도 인근에 중학교가 한 곳뿐이다. 한 학교 관계자는 “학교 문을 닫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학부모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초교 4학년 자녀를 둔 A 씨는 “민사고에 보내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없어진다니 황당하다”며 “공부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를 심화학습시키는 학교에 보내는 게 그렇게 욕심인 건가”라고 말했다. 학부모 B 씨는 “자사고가 없어진다고 진학 준비를 그만뒀다가 나중에 정권이 바뀌어서 부활한다고 하면 내 아이만 손해 보는 것 아니냐”고 했다.
최예나 yena@donga.com·강동웅·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