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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영어학원 강사를 하던 서울외국어고등학교 졸업생과 이 졸업생에게 학교 중간고사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교사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2부(부장판사 홍창우)는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외고 졸업생 조모씨(34)와 황모씨(63)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7월 1심에서도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바 있다.
조씨와 황씨는 2017년 9월 치러진 당시 1학년 중간고사 영어과목 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같은해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조씨는 자신이 학교를 다니던 당시 근무하던 교사들이 여전히 재직하고 있어 과거 출제 경향을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았으며, 학원 학생들의 필기 내용을 기초로 예상문제를 작성한 것이라며 유출 문제를 제공받았다는 혐의를 부인했다. 황씨도 조씨에게 문제를 유출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한 이들은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했다. 황씨의 경우 검찰 수사 단계에서 자신이 문제를 유출했다고 인정하는 진술을 했지만, 법정에서는 수사기관의 회유·협박으로 인해 그런 진술을 한 것이라며 입장을 뒤집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가 수사를 받던 중 학교 관계자에게 자백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고,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부당함이나 억울함을 토로한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자신이 재학 시절부터 교사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출제 경향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으며 학원 수강생들의 수업 필기를 참조해서 높은 적중률이 나온 것이라고 주장한 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울러 조씨는 문제 유출이 의심되는 정황에서 학교가 해명을 요구하자 예상문제 원본이 아닌 수정된 예상문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피고인이 유출 사실을 숨기려고 한 개연성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봤다.
황씨는 중간고사를 앞두고 영어과목 교사들이 모여 출제 문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혼자서만 두 차례 검토를 미루며 시험문제를 며칠 더 소지하고 있던 것으로도 조사됐다.
문제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은 서울외고 재학생들이 이용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 같은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고, 해당 중간고사에 대해서는 재시험이 실시됐다.
홍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문제를 유출해서 직무 의무를 져버렸고 신뢰성을 현저히 저해해 교사·학생·학부모를 비롯한 다수의 학교 관계자에게 심각한 충격과 정신적 고통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알린 서울외고 학생들의 노력과 학교 측의 신속한 대처로 조기에 발견돼 재시험을 치렀다”며 “피고인들이 초범인 점 등을 감안해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