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도시/마이클 소킨 지음·조순익 옮김/504쪽·2만6000원·북스힐 ◇지방회생/야마시타 유스케 지음/320쪽·1만7000원·이상북스
‘정의로운 도시’는 난개발과 불평등으로 몸살을 앓는 미국 뉴욕의 도시설계를 다룬 건축 비평서다. 저자는 “엄격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계획을 수립하지 않는 건 (담당 부처의) 직무 유기”라고 지적한다. 사진은 뉴욕 스카이라인. 사진 출처 픽사베이
‘정의로운 도시’와 ‘지방회생’은 각각 도시와 지방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한 책이다. 전자는 미국 건축가가, 후자는 일본 슈토다이(首都)대 도쿄도시사회학부 교수가 썼다. 도시 난개발과 수도권 집중화가 세계적 문제인 만큼, 한국 상황에도 두 책의 논점이 적절히 녹아든다.
‘정의로운 도시’는 건축비평가로도 활동하는 저자가 2010∼17년 사이 쓴 조각글을 묶었다. 전문가 눈에 포착된 뒤틀린 도시계획의 민낯을 시원하게 까발린다.
뉴욕은 복합적인 이유로 조금씩 균형을 잃어갔지만 저자가 꼽는 결정적 계기는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2002∼13년 재임)의 실책이다. 부유한 동네는 지을 수 있는 건축물의 높이 기준을 완화하고 가난한 동네는 반대로 기준을 강화해 부동산의 빈부 차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도시의 초록 들판은 부족하고 부유층에 부동산 가치가 날로 유리해지는 지금, 자본주의 바깥의 건축은 가능한 걸까. 30장 ‘자본주의 없는 건축’에서 저자는 9가지 대안을 모색하지만 확답은 내놓지 못한다. 다만 책 전반에서 이렇게 당부할 뿐이다.
“불평등은 주거비용 적정성의 위기로 현실화된다. … 건축 보존을 인간 보존과 연계해야 할 때다. 동네도 사람이다.” “건축가들도 죽음의 방을 설계해달라는 요구를 받을 때 저항을 해야 한다.” “공동체가 절대 권력자와 금권 정치가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
“향토 요리가 전국적으로 소개가 됐다고 치자. 그러면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난다. 하지만 교통, 숙박, 물품 구입으로 인한 수익은 지방이 아닌 중앙으로 모인다.”
책 후반부에는 대안을 길게 제시한다. 저자는 경제에서 사회로 눈을 돌리고, 도쿄 일극이 아닌 다극화를 지향하며, 중앙이 아닌 다수의 극이 연결된 통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대로 가다간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나라가 무너질 것이다. … 생산력과 생활수준은 다소 낮아지겠지만 대신 느긋함을 확보할 수 있다. … 문제는 경제, 행정, 재정이 아니다. 사회와 국민의 마음이다. 망가진 사회와 마음을 다시 세워야 한다.”
책을 덮고 나면 도시에 사는 이들은 창밖 풍경이 한결 복잡하게 다가올 것이다. 지방에 사는 이들은 지방의 가치에 새로이 눈뜨게 될는지 모른다. 때로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고(정의로운 도시), 간결한 정책 논문처럼 읽히는 점(지방회생)은 다소 아쉽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