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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모병제, ‘아니면 말고’ 식 선거용으로 던질 일 아니다

입력 | 2019-11-09 00:00:00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그제 모병제(募兵制) 전환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인구 절벽으로 병역 자원이 줄어 ‘정예 강군’이 필요한 데다 군 가산점 역차별, 병역 기피, 남녀 간 갈등, 군 인권 침해와 갈등 감소 등의 효과도 있다고 열거했다. 하지만 총선을 5개월 남짓 앞두고 20대 남성층 표심을 노린 선거용이라는 의심을 살 만하다.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정책을 개발해 사회적 공론을 거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징병제는 입시제도와 함께 사회의 ‘공정’을 가늠하는 민감한 현안이다. 모병제가 자칫 경제적 약자 계층이 주로 군 복무를 지원해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사회통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올 정도다. 게다가 북한이 120만 명 이상 병력을 보유하고 핵과 미사일 능력을 높이는 상황에서 군의 전투력에도 장애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고서는 모병제로 20대 남성이 군대에 가지 않고 일찍 취업할 수 있고, 수십만 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병력을 고용하는 인건비에 국방비가 투입돼 더 긴요한 첨단 무기체계를 갖추는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미국 일본 유럽 선진국 등 모병제 국가의 인구 대비 평균 병력 비율이 0.4%로 우리의 경우는 15만∼20만 명에 그칠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이는 민주연구원 보고서에 모병제로 전환했을 때 필요한 병력 수가 35만 명가량이라고 소개된 것에 비춰 봐도 턱없이 모자라는 숫자다.

병역 자원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장기 근무하는 숙련된 기간병이 필요한 정예화 기계화 군대로 변화하려면 모병제가 화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안보 불안이 커져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이 커지는 지금,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내놓을 의제는 아니다. 더구나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39조)고 헌법에 명시돼 있다. 헌법 문제까지 걸린 사안을 총선용으로 불쑥 던져서야 되겠는가. 모병제는 국방력에 미칠 영향과 눈덩이처럼 불어날 인건비에 따른 재정 압박, 인구 추이와 국민 정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