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문재인 정부 5년 임기의 남은 절반이 시작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찍지 않은 60% 가까운 국민을 아우르는 통합 대통령을 자임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2년 반을 돌아보면 과연 이런 국민 통합의 약속을 얼마나 지키려 했는지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문 대통령은 말로는 통합을 내세웠지만 지지 세력만 바라보는 정치를 했던 건 아닌지 살펴볼 때가 됐다. 청와대가 정파적 색깔을 드러내면서 사실상 국민 분열을 방치했고, 그 정점에 두 달 넘게 온 나라를 두 동강 낸 조국 사태가 있었다. 이는 본질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인사 검증 실패와 공정 가치를 왜곡한 상식의 문제였다. 그런데도 보수-진보 진영 대결로 변질돼 대한민국을 갈등의 회오리로 몰아넣었다. 이제 그 분열의 상흔(傷痕)을 치유할 시간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국민 통합에 매진해야 할 책임은 정부, 그중에서도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에게 있다.
국민 통합이 무너지면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협치 또한 붕괴됐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예산에 반영됐지만 법안 심사가 이뤄지지 못해 차질을 빚을 사업이 총 13개, 14조여 원 규모다. 그나마 관련 법안 통과를 전제로 짜 놓은 예산이 이 정도인데, 국회 파행으로 아예 손을 놓고 있는 민생 경제 법안은 이보다 훨씬 많다. 야당의 비협조도 문제지만 원만한 국회 운영을 이끌어내지 못한 집권세력의 책임이 더 크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부터 올랐던 고개에서 내려가야 할 준비를 해야 한다. 임기 반환점을 맞은 공직사회는 차기 정권의 향배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공무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은 만연해지고, 정책 집행력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다. 이럴수록 문재인 정부는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더 소통해서 국민 통합과 협치의 리더십을 복원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모친상 조문 답례 차원에서 내일 여야 5당 대표와 만찬을 한다. 바로 이 자리부터 실종된 협치를 복원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