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범행도구 등 물증 없어, 혈흔 있다고 했지만 감식 안해 “제대로 조사 않고 송환” 지적 통일부 “선박 인계” 6일만에 매듭
해경이 8일 오후 전날 추방된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왔던 목선을 동해상에서 북측 해상 방향으로 인계하고 있다. 해군은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다음 도주하던 이 목선을 나포한 뒤 동해 1함대사령부에 보관해 왔다. 통일부 제공
정부가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고 진술한 북한 주민 2명을 7일 북한으로 강제 추방한 데 이어 이들이 타고 온 사건 선박을 8일 오후 북한에 인계했다. 2일 북방한계선(NLL)을 떠돌던 선박이 우리 해군에 나포된 지 6일 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된 것이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추방 조치를 두고 송환은 적절했는지, 정부 조사가 미흡했던 것은 아닌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길이 15m가량의 17t급 소형 목선에서 3명이 16명을 살해하는 것이 가능했는지를 두고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선장의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은 A 씨(22), B 씨(23), C 씨(나이 미상)는 16명을 죽였다. 이들은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2명의 선원과 선장 등 3명을 먼저 살해한 뒤 선원들을 2명씩 깨워 살해했다고 한다. 취침시간이었다 하더라도 좁은 배 안에서 사실상 ‘학살’이 벌어졌는데 다른 선원들이 전혀 낌새를 눈치 채지 못했다는 점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탈북민단체인 ‘한국자유민주정치회의’는 “소형 오징어잡이 목선에 19명이 타고 있었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며 “해상작업은 통상 3개 조로 나뉘어 한 조에 최소 6명이 조업에 투입된다. 3명이 (선원들을 차례로) 불러내 살해했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당국의 조사 과정도 의문이 남는다. 정부가 추방 근거로 삼은 것은 북한 주민들의 일관된 범행 진술이지만, 시신과 범행에 사용된 도구와 같은 ‘물증’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재판관할권이 없어 혈흔이나 DNA 감식 같은 포렌식을 거치지 않았다”면서 “북한에서 조사해야 하는데 증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합동수사단이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혈흔 감식도 거치지 않고 주민 2명이 선상에서 16명을 살해했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송환의 적정성 문제도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강제 북송 논란에 휘말린 통일부는 8일 정례브리핑에서 추방 결정이 적절했음을 계속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는 흉악범죄자를 추방하기로 국가 안보적 차원의 결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를 넘어 미국에서도 정부가 성급하게 송환을 결정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권 활동가인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는 8일(현지 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고문 등 잔혹한 처우를 받을 것이 명백한 곳(북한)으로 이들을 보내는 것은 유엔 고문방지협약 제3조 위반”이라고 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