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드라마 장르 다변화-女風… 방송사들 내년 트렌드 분석 중
문권모 채널A 콘텐츠편성전략팀장
어느새 연말이다. 시간은 정말 화살처럼 날아간다. 연말엔 방송사들도 다른 기업들처럼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올 새해를 준비한다. 그중에서 시청자 트렌드의 리뷰와 분석은 매우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얼마 전 내부적으로 2019년 드라마 분야의 동향에 대해 정리를 한 적이 있다. 크게 두 가지 특징이 드러났다. 그중 일부는 내가 동아일보 칼럼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어 소회가 컸다. 그리고 드라마 산업의 흐름이 우리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하게 됐다.
이와 함께 여러 가지 장르가 복합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현재 방영 중인 ‘동백꽃 필 무렵’의 경우 미혼모의 로맨스를 코믹하게 그려내면서 미지의 살인범을 쫓는 스릴러의 성격까지 가지고 있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만화 속 가상세계를 그린 하이틴물 같지만 슬그머니 주인공의 자유의지란 철학적 주제를 끼워 넣었다.
이런 변화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보다 업데이트된’ 스토리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예전보다 새롭고 정교한 이야기만이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 여주인공의 비중이 커졌다. 이들은 일과 사랑, 자신의 삶에서 보다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생각한다. ‘호텔 델루나’의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 장만월을 떠올려 보라. 채널A가 방영한 ‘평일 오후 세 시의 연인’도 원작과 달리 여주인공들이 이혼 후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찾는 내용으로 결론을 바꿨다. 자연히 남자 주인공도 바뀌고 있다. 이제는 여주인공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추노’의 이대길과 다른, 여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주고 격려해주는 남성 캐릭터들이 늘고 있다. 여주인공이 남자 주인공보다 나이가 많은 설정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는 해외에서도 대세다. 실사판 ‘알라딘’의 자스민 공주는 ‘실질적인 원톱’ 역할을 하며 시련과 차별, 편견에 맞서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노래한다. 이는 1980년대, ‘스타워즈: 제다이의 귀환’에서 레이아 공주가 뜬금없이 비키니 차림으로 등장했던 것과 대비된다.
개인적으론 인구 구조의 변화와 같은 근본적인 동인(動因)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구수가 기성세대보다 적고 취향과 콘텐츠 소비 행태가 많이 다른 20대 이하 세대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아울러 즐길 거리가 너무 많아 ‘만성적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시선을 어떻게 사로잡을지도 숙제다.
내년을 비롯한 미래에는 어떤 트렌드가 등장할 것인가. 우리는 어떤 흐름을 잡아야 할 것인가.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연말까지 고민이 많아질 것 같다.
문권모 채널A 콘텐츠편성전략팀장 mike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