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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교육법정주의에 위배” 헌소-소송으로 가는 자사고

입력 | 2019-11-09 03:00:00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로펌 선임
“시행령으로 교육 근간 흔들고 교육받을 권리 명백한 침해”
일반고 일괄 전환, 위헌성 검토… “설립때 유지 약속 위반” 소송도 착수
교육부 “법리 검토 결과 문제 없어”




교육 관련 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교육부가 발표한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율형사립고의 일괄 일반고 전환 방안을 비판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25년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일부 학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법무법인 태평양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고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제기를 위한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고 8일 밝혔다. 반면 교육부는 “법률 검토 결과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향후 치열한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 ‘교육법정주의’와 ‘교육받을 권리’ 다툴 헌법소원

서울자사고 측은 교육부의 일괄 일반고 전환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이다. 교육 기본사항을 법률로 정한다는 ‘교육법정주의’(헌법 31조6항), 모든 국민이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교육받을 권리’(헌법 31조1항) 등을 어겼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괄 전환을 하겠다는 정부 조치가 교육법정주의를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총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4월 ‘고교의 유형을 법률로 규정하지 않고 시행령으로 정한 데서 자사고 혼란이 기인한다’고 밝혔다”며 “국가교육의 큰 방향과 틀을 시행령 수준에서 좌지우지한 것은 교육법정주의를 명시한 헌법 정신의 훼손”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 역시 이 부분을 문제 삼아 헌법소원을 검토하고 있다.

자사고 외고의 일괄 전환이 위헌 논란을 빚자 정부도 즉각 ‘방어’에 나섰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이들 학교(자사고 등)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바탕으로 설립된 것”이라며 일반고 전환 역시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한 박백범 교육부 차관도 “우리는 위헌이라고 보지 않는다. 법률적 검토를 다 거쳤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사고 측은 설립 때와 달리 시행령 개정으로 발생할 피해가 크다는 의견이다. 이에 따라 교육권 침해 여부까지 가릴 방침이다. 오세목 전국자사고공동체연합회장은 “정부가 헌법에 보장된 학생의 교육기본권을 뺏어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재승 백남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헌법에 보장된 교육기본권은 ‘모두가 똑같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아닌 ‘자기 수준과 소질에 맞게 교육받을 권리’로 해석할 수 있어 (정부 방침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 행정소송 쟁점은 “자사고 유지” 교육부 약속

행정소송에서는 ‘신뢰보호의 원칙’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자사고 측은 정부가 설립 당시 운영의 지속성을 약속하고서 현재 이를 어기고 있다는 의견이다. 김철경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장(대광고 교장)은 “자사고 설립 당시 교육부가 ‘5년, 10년 후 문 닫게 할 일 없다’고 해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2009년 서울시교육감 대행으로 ‘자사고 심의 지정·운영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던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당시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교육부의) 지정 취소가 없을 것이란 암묵적 분위기가 있었다”며 “행정소송이 시작되면 자사고 측을 대변할 증인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당시 정부와 소통하면서 자사고가 한시적 운영 대상이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각 학교 교장들에게도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기숙사 등 학교시설을 둘러싼 소송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자사고를 일괄 폐지하면 기숙사를 다른 용도로 쓸 수도 없어 무용지물이 된다”며 “이런 부분도 함께 소송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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