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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값보다 싸게” 통 큰 마케팅에 지갑 활짝

입력 | 2019-11-09 03:00:00

11월 ‘쇼핑 대전’… 유통가 할인행사 총정리




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점에서 열린 G마켓·옥션 ‘스마일클럽 100원 데이’ 행사는 CGV, 빕스 등 전국 2500여 개 매장 인기 제품을 100원에 만나볼 수 있다. 김재명기자 base@donga.com

11월 쇼핑가 풍경이 확 달라졌다. 통상 11월은 연말 대목을 앞두고 숨고르기를 하는 비수기였지만 몇 년 전부터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유통업계 전역에서 대규모 할인 행사가 열리고 있다. 2일 신세계그룹이 개최한 ‘대한민국 쓱데이’에선 고객 600만 명이 지갑을 열었다. 온라인몰 공세로 위기에 놓인 대형마트도 이날은 쇼핑 카트가 모자랄 정도로 붐볐다.

○ 과자보다 싼 삼겹살·소고기

조용한 11월 쇼핑가에 불을 지핀 건 대형마트다. 이마트는 개점 26주년을 맞아 27일까지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400여 종 9300억 원 규모의 상품을 최대 50%까지 싸게 판다. 테마는 ‘10년 전 전단보다 싸게’다. 2009년 개점 행사로 3400원(6개입)에 팔았던 짜파게티는 이달 3380원으로 오히려 더 싸졌다. 같은 해 3160원이었던 알찬란(30개입·대란)은 2980원으로 낮췄다. 과일이나 채소도 사전 물량 확보를 통해 가격 부담을 크게 줄였다. 행사 카드 할인을 더하면 삼겹살은 100g에 840원으로 과자 한 봉지 가격도 안 된다. 2013년 3월 이후 80개월 만의 최저가다.

롯데마트는 ‘국민 체감 물가 낮추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내걸고 27일까지 신선식품, 가공식품 등 주요 생필품을 대폭 할인한다. 호주산 곡물비육 척아이롤(100g)을 엘포인트 회원에 한해 기존 판매가보다 35% 싼 1690원에 판매한다.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10년 전 가격’을 내세워 한우 사골(1.5kg·8250원) 등 주요 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인다. 롯데슈퍼도 창립 40주년을 맞아 11월 넷째 주에 ‘롯데슈퍼 싹스리데이’를 열고 축산, 수산, 가공식품 등을 최대 70%까지 싸게 내놓는다.

홈플러스는 13일까지 ‘신선식품 대전’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국내산 자반고등어를 1마리 1000원에 팔고 제주 밀감(5kg·7490원), 돼지 뒷다리살(100g·390원) 등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인다. 편의점 CU는 1+1 상품을 평소 대비 2배 이상으로 늘려 판매하는 ‘블랙위크데이’를 진행한다.

현대백화점은 10일까지 전 계열사에 걸쳐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본점 등 전국 15개 점포와 6개 아웃렛에서 패션, 리빙 등 200여 개 품목을 할인 판매한다. 압구정본점에선 10일까지 ‘골프웨어 종합전’이 열린다. MU스포츠, 엘로드 등 골프 의류 브랜드를 기존 판매가 대비 최대 60% 할인한다.

패션 브랜드들도 11월 쇼핑 대전에 합류했다. 한섬은 타임 등 31개 브랜드 구매 고객에게 마일리지를 평소보다 많이 주는 혜택을 제공하며, 코오롱은 아우터 신상품을 최대 15% 싸게 판매한다.

○ 온라인도 참가한 ‘쇼핑 대전’

온라인도 ‘11월 특수’를 놓치지 않고 있다. 티몬은 이달 할인 행사 ‘티몬111111(십일십일십일)’을 진행하고 있다. 한 달 동안 매일 11개의 특가 상품을 선보이고 무료 배송, 특별 할인 등 매일 다른 11개의 혜택을 제공한다. 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티몬에 따르면 일평균 매출이 10월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 고객 수도 전달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롯데닷컴은 11일부터 일주일간 ‘롯데ON 릴레이 끝장 위크’를 연다. 매일 특가 상품을 1개씩 오전 10시에 공개하며 판매가의 30%를 엘포인트로 환급해준다.

G마켓, 옥션, G9는 12일까지 ‘빅스마일데이’ 행사를 진행한다. 빅스마일데이는 G마켓과 옥션이 함께 진행하는 대규모 할인 행사로, 올해는 G9도 합류했다. 참여하는 판매 스토어만 1만여 개에 달하며 총 2500만 개의 상품이 빅스마일데이 할인 대상이다.

매일 밤 12시에 업데이트되는 ‘빅스마일데이 특가딜’은 최신 인기 상품만을 선정해 한정 수량으로 판매한다. 행사 첫날인 11월 1일에는 스마트폰, 냉장고, 안마의자 등 다양한 상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의 경우 11월 1일부터 11일까지 총 11일간 진행된 빅스마일데이는 누적 판매량이 3200만 개에 달했다. 판매자 거래액은 전월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11월 국내 쇼핑가가 이처럼 뜨거운 것은 미국 최대 할인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 광군제의 영향이 크다. 비수기인 11월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쇼핑에 나서자 국내 유통업체들은 이 분위기를 국내로 끌어오기 위해 다양한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매년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인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 유통업체들의 연간 실적이 이때를 기점으로 장부상 흑자(블랙)가 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통상 그 주 월요일부터 목요일은 사전 세일기간이다. 최근엔 ‘사이버먼데이(Cyber Monday)’란 용어도 등장했다.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가 지난 뒤 첫 번째 월요일을 말하는데, 유통업체들이 일상으로 복귀한 직장인들에게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라고 마케팅을 한 데서 비롯됐다. 월마트, 아마존, 베스트바이 등 유통업체들은 아이폰6, 아이패드, 40인치 TV 등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을 예정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도 11일 광군제를 연다. 알리바바그룹 주도로 2009년부터 11년째 이어지고 있는 광군제는 매년 11월 11일 독신자의 날을 기념하는 할인 행사다. 지난해 단 하루 24시간 동안 총거래액은 2000억 위안(약 33조 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액의 10배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광군제에서 알리바바그룹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T몰은 주택 약 1만 채를 특가로 판매할 예정이다. 부동산 매물의 구체적인 지역과 판매 방식, 가격 등은 아직 비밀에 부치고 있다. 알리바바 측은 올해 전 세계에서 약 5억 명의 소비자가 알리바바 사이트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조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