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태클 악몽’ 등 눈물 자주 보여 “멘털 약하다” 걱정도 불렀지만… 솔직한 표현, 카타르시스 효과 결코 포기나 실패의 눈물이 아닌 오뚝이처럼 희망 심어주는 계기
‘울보’ 손흥민은 눈물을 흘리며 성장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온두라스전에서 패한 뒤 무릎을 꿇은 채 울고 있는 손흥민(왼쪽 사진)과 2014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와의 예선 3차전에서 패한 뒤 동료에게 위로받고 있는 손흥민(오른쪽 사진). 동아일보DB
4일 영국 리버풀 구디슨파크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1라운드 에버턴과의 방문경기에서도 손흥민은 울음을 터뜨렸다. 에버턴 안드레 고메스에게 백태클을 시도한 뒤 넘어진 고메스가 큰 부상을 당하자 크게 당황하면서 눈물을 흘린 것이다. 몸을 덜덜 떨기까지 하면서 고메스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손흥민은 레드카드를 받고 울면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이 같은 동요에 한동안 제대로 뛸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쏟아졌지만 손흥민은 멀쩡했다. 7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와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4-0 승)에서 2골을 기록해 ‘차붐’을 넘어서면서 고메스의 쾌유를 바라는 ‘기도 세리머니’까지 했다. 혹시나 했던 팬들의 우려를 한방에 날린 세리머니였다.
스포츠심리학에서는 손흥민처럼 감정을 잘 드러내는 선수들이 스트레스나 위기 상황을 빨리 극복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강성구 중앙대 스포츠과학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손흥민이 세계 정상급 리그에서 뛰면서 경기력뿐만 아니라 세계적 선수들의 위기 대처와 관리 능력도 함께 학습했기에 빠른 회복이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손흥민 본인도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한다. 손흥민은 한 남성 잡지 인터뷰에서 눈물을 자주 보인다는 질문에 “자연스러운 제 자신을 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면 즐거울 때 즐거움을 공유할 수도 있고 슬퍼할 때는 다른 사람들이 함께 슬퍼하면서 위로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