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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내용 공개놓고 잡음… 보수통합 첫발부터 삐걱

입력 | 2019-11-09 03:00:00

황교안-유승민 전화 내용 알려지자 유승민 “비공개 약속해놓고” 불쾌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보수 통합을 위한 대화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실무협상팀 구성 문제와 ‘통화 보안’ 논란이 불거져 첫걸음부터 삐걱대는 모양새다.

황 대표가 통합논의 기구를 제안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아직 유 의원이 이끌고 있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측이 통합 논의를 할 실무팀을 구성하지 않고 있는 것을 두고 8일 여러 우려가 나왔다.

한국당은 전날 실무협상팀을 홍철호 이양수 의원으로 구성해 발표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유 의원 측 실무팀이 구성이 되지 않았더라도 양측의 아는 사람들끼리 물밑에서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대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변혁 측 관계자는 “무엇을 어디까지 논의할지 어느 정도 윤곽도 없이 협상기구부터 공식적으로 만들 수 있겠느냐”면서 공식 협상 자체를 꺼리는 기류를 내비쳤다.

황 대표와 유 의원의 통화 문제도 논란이 됐다. 이날 황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과의 통화 등) 다양한 소통을 하고 있다. 내용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황 대표는 7일 오전 유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당은 통합 실무협상팀을 구성했으니 그쪽도 협상팀을 만들어 달라. 조만간 만나자”고 전했고 유 의원은 “대화창구를 만들자”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화 내용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유 의원은 “통화는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며 불쾌해했다. 특히 두 사람이 ‘탄핵에 대해 묻고 넘어가자’고 합의했다는 보도에 대해 “‘의제에서 탄핵 문제는 빼겠다’는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변혁의 한 의원은 “기본적인 약속도 안 지키는데 신뢰성 있는 대화를 할 수 있겠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논의의 끝은 분명 공천 지분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유 의원이 ‘벼랑 끝 전술’로 독자 창당을 상당 수준까지 진행해 몸값을 높인 뒤 상당한 공천 지분을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지부터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당들의 견제도 이어졌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전화 안 받기로 유명한 유 의원이 황 대표의 전화를 받았는데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다. 바른미래당과의 관계는 빨리 정리해 주는 게 정치적 도의”라고 했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보수 통합의 논리를 보면 자가당착적 논리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