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재야운동권 파격 영입… ‘필패’ 몰린 신한국당, 제1당 자리 사수
정치권에서 성공한 물갈이 공천으로 손꼽히는 것은 1996년 15대 총선 당시 대통령이던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신한국당 사례다. 집권 3년 차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YS는 민중당 출신인 이재오 김문수 이우재 전 의원 등 재야 운동권 인사들을 영입해 파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법조계에선 ‘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날린 홍준표 전 의원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서 부검을 실시해 진실 규명에 기여했던 검사 출신 안상수 전 의원을 영입해 눈길을 끌었다. YS는 재임 초 대립했던 ‘대쪽 총리’ 이회창 전 대표도 다시 끌어안았다. 김무성 홍문종 의원 등 현역 의원도 이때 초선 의원이 됐다. 당시 전문가들은 모두 신한국당의 필패를 점쳤지만 이 같은 인재 영입으로 신한국당은 139석을 얻어 1당을 유지했다.
같은 시기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도 추후 정계를 이끌게 될 개혁 성향의 신인을 대거 영입했다. 재야 운동가였던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과 소설가 출신 김한길 전 의원 등을 영입했고 이때 정치권에 입문한 정동영 정세균 천정배 추미애 의원은 여야 당 대표와 국회의장 등을 지내며 중진 의원이 됐다.
2016년 20대 국회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인재 영입에 대해서도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민주당은 경찰대 교수 출신인 표창원 의원, 시사평론가였던 이철희 의원, ‘세월호 변호사’로 불린 박주민 의원 등 분야별 전문가들을 공천해 당선시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옥새 파동’ 등 반사이익도 얻었지만 민주당은 123석을 얻어 1당이 됐다.
반면 인재 영입이 부작용을 일으킨 경우도 많다.
2004년 17대 총선과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인재 영입이 큰 변수는 되지 못했다. 2004년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창당 몇 개월 만에 급하게 총선을 치른 탓에 일부 지역구에서는 제대로 후보를 내기도 어려울 정도로 인물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총선 직전 거세게 분 탄핵 역풍에 힘입어 전체 299석 중 과반인 152석을 얻었고 108명의 초선 의원을 탄생시켰다. 반면 최대 위기를 맞은 한나라당은 나경원 유승민 이혜훈 의원 등 40대 정치 신인들을 전진 배치했다.
반대로 2008년 18대 총선에선 이명박 정부 초기의 높은 지지율과 ‘뉴타운 광풍’에 힘입어 여당인 한나라당이 153석을 확보했다. 당시 통합민주당의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는 박재승 변호사를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영입해 현역 의원 24명을 탈락시키며 물갈이를 시도했지만 선거 결과는 81석에 그쳤다.
2012년 19대 총선은 여당에 ‘잘못된 영입’의 후폭풍을 절감하게 했던 선거였다. 민주통합당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패널이었던 평론가 김용민 씨를 영입했지만 김 씨의 ‘막말 방송’이 논란이 되면서 파장이 컸다. 한명숙 대표의 ‘노이사’(친노무현-이화여대-486) 중심 공천도 논란이 되면서 악영향을 줬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