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마지막 3단계 ‘서파수면’, 치매 예방에 효과… “量보다 質이 중요”
수면이 부족한 사람은 알츠하이머 치매에 취약하다는 결과도 최근 잇따르고 있다. 미국 수면재단과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 미국 수면의학회도 건강한 삶을 위해 하루 8시간 정도 수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평소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짬짬이 잠을 청한다. 3, 4년 전만 해도 이런 직장인들 사이에서 점심시간에 잠깐의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수면카페가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쪽잠으로 전체 수면 시간을 늘리기보다는 시간이 다소 짧더라도 깊은 잠을 자는 ‘서파수면(slow-wave sleep)’ 비율을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서파수면에 진입하면 호흡과 심장박동, 산소 소모량, 혈압 등이 하루 중 가장 낮은 수치로 떨어진다. 외부 세계와 사실상 차단되는 셈이다. 건강한 사람이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를 거쳐 이런 서파수면에 도달하는 데는 50분 정도가 걸리는 게 보통이다.
루이스 교수 연구팀은 가속 신경이미징 기술을 이용해 잠을 자는 사람 11명을 대상으로 뇌의 생리 및 신경활동을 측정했다. 연구팀은 서파수면에 진입한 동안 뇌척수액에 파동을 유발해 몸에 해로운 대사성 폐기물을 씻어내는 현상을 발견했다. 루이스 교수는 “서파수면은 뇌가 신경 변성을 일으킬 수 있는 뇌 속 독성 폐기물 단백질을 ‘자기 헹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서파수면 비율을 높이면 알츠하이머 치매를 막는다는 연구 결과는 또 있다. 미국 워싱턴대 브렌던 루시 교수 연구팀은 올 1월 전체 수면 시간에서 서파수면의 비율이 작은 노인에게서 타우 단백질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발표했다. 타우 단백질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된 물질 중 하나다.
메흐디 요르피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 연구팀도 3월 서파수면의 비율이 줄어들 경우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가 30%가량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신경생리학저널’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 밖에 전체 수면에서 서파수면 시간 비중이 늘어나면 잠의 질이 높아지고 기억도 잘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반대로 서파수면의 비율이 부족할 경우 혈관에 지방이 들러붙어 동맥이 좁아지고 탄력성을 잃는 현상인 ‘죽상경화증’이 심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루이스 교수는 “전체 수면 시간 중 서파수면의 비율이 알츠하이머 치매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면서 “서파수면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 습관 및 수면 습관을 갖고 낮잠을 길게 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감마하이드록시낙산(GHB)은 서파수면의 비율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기면증 치료에 한해 GHB의 사용을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