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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野와 대화로 임기 후반기 시작한 文, 귀 열고 협치하라

입력 | 2019-11-11 00:00:00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와 만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의 모친상 조문에 대한 답례 형식이었지만 임기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정치권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자리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등 청와대 3실장도 어제 기자간담회를 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후반기 임기를 각각 야당 대표들 및 언론과의 만남으로 시작한 것이 그동안 청와대가 보여 온 폐쇄적 독주 행태의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만찬에서 여야정 상설협의체 복원을 제안한 것은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에서 민생 입법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긍정적 조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의 일방적 처리는 안 된다고 강하게 문제 제기했다. 이 외에 남북관계와 비핵화 협상 등에 대해서도 여야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어 이견을 조정하기 위한 여권의 다각적인 소통 노력이 요구된다.

노 비서실장 등은 어제 포용적 성장의 성과를 강조했다.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여전히 팍팍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강조하며 업적을 과시하는 데 치중했다. 그러면서도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체감 성과가 낮은 점이 아픈 대목이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이같이 정책 목표가 현실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과감히 정책을 바꿔야 한다.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성찰이 없고,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를 불가침 영역처럼 여기는 태도는 변화에 대한 기대를 무색하게 한다.

노 비서실장 등은 공정 개혁을 더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하면서도 공정 개혁을 촉발한 조국 사태에 대한 솔직한 사과 대신 그 원인을 제도 탓으로 돌렸다. 자기반성이 선행되지 않으면 공정 개혁에 탄력이 붙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 정치적 공방은 거세질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민생·경제 법안 처리를 위해선 협치하라는 국민적 요구도 높아질 것이다. 협치의 대의에 여야 모두 당리당략을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으려면 집권 세력인 청와대와 여당의 지속적인 소통 노력이 절실하다. 문 대통령은 19일 저녁 예정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전반기 국정 운영에 대한 솔직한 평가와 협치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