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일본 지바 조조마린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이승엽 위원. 이승엽 제공
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국민 타자’로 활약했던 이승엽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43)은 프리미어12 결전지인 일본 도쿄에 도착한 야구대표팀 후배들을 향해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KBO 기술위원이기도 한 이승엽은 한 방송사의 해설위원으로 대표팀과 함께하고 있다.
11일부터 시작되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2019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에는 내년 도쿄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다. 지난주 한국에서 열린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이긴 ‘김경문호’는 올림픽 출전권을 넘어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16일에는 숙명의 한일전이 기다리고 있고, 한국과 일본은 17일 결승전에서 재대결할 수도 있다. 선수 시절 이승엽은 대표팀 ‘해결사’로 유명했다. 특히 한일전에서는 결정적인 한 방으로 팀을 구해내곤 했다. 가장 극적인 홈런은 일본과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에서 나왔다. 2-2로 맞선 8회말 최강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로부터 결승 2점 홈런을 뽑아냈다. 이 덕분에 당시 한국은 9전 전승 금메달의 신화를 썼다.
이승엽은 후배들의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예전에도 우리의 전력이 뛰어나서 좋은 성적을 낸 게 아니었다. 말은 안 해도 선수들끼리 눈빛으로 ‘무조건 이긴다’고 의기투합했다. 하나로 똘똘 뭉쳤기에 강한 상대들을 이길 수 있었다.”
그에게도 영광의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막판까지 극심한 슬럼프에 허덕였다. 비난의 화살은 이승엽 기용을 고집한 김경문 감독에게까지 미쳤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승엽을 믿었고, 이승엽은 일본전 결승 홈런과 쿠바와의 결승전 선제 홈런으로 보답했다. 그는 “태극마크가 부담이 안 될 수는 없다. 단기전에서는 워낙 견제가 심해 기회도 많지 않다. 하지만 집중하고 기다리다 결정적인 찬스를 살리면 된다. 수비 실책이나 본 헤드 플레이(어이없는 실수)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 야구의 심장으로 불리는 도쿄돔은 그에게도, 한국 야구에도 역사적인 장소다. 4년 전 이곳에서 열린 초대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 한국은 0-3으로 뒤지던 9회초 대역전극을 펼친 끝에 일본을 꺾고 결국 우승할 수 있었다. 이승엽은 “도쿄돔에서 때린 홈런 덕분에 그해 요미우리의 제70대 4번 타자가 될 수 있었다. 한일 통산 400홈런도 도쿄돔에서 쳤다. 이번 대회가 후배 선수들에게는 해외 진출 등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모든 걸 쏟아붓고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고 응원했다. 현장을 지킬 대선배의 존재는 후배들에게 든든한 힘이 될 것 같다.
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