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선발 처음 나선 고승범, 수원성 살린 연속 축포

입력 | 2019-11-11 03:00:00

FA컵 결승 2차전 선제-추가골… 4-0 대승 이끌고 MVP도 차지
수원, 통산 최다 5번째 우승… 총연봉 11억원 ‘다윗’ 대전코레일
3부팀 기적 꿈꿨지만 아쉽게 좌절



머리 깎고 수염 기르고 “강해보이죠?” 수원 고승범이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협회(FA)컵 결승 2차전에서 전반 15분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후반 23분에도 득점에 성공하며 팀의 4-0 승리를 이끈 고승범은 대회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수원=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후반 23분 수원 미드필더 고승범(25)의 중거리 슈팅은 29m를 빨랫줄처럼 날아갔다. 상대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궤적으로 날아간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 안쪽에 떨어졌다. 수원이 2-0으로 앞서자 수원 응원석에서는 엄청난 환호성이 터졌다. 주전 미드필더 최성근의 부상으로 올 시즌 축구협회(FA)컵에 이날 처음 선발 출전한 고승범은 멀티 골을 작성하며 자신의 등번호 ‘77’처럼 팀에 우승을 안긴 행운아가 됐다.

수원이 10일 안방인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레일과의 FA컵 결승 2차전에서 4-0으로 이겼다. 1차전 방문경기에서 0-0으로 비겼던 수원은 1, 2차전 합계 4-0(1승 1무)으로 정상에 올랐다. 통산 5번째 FA컵 우승(2002, 2009, 2010, 2016, 2019)을 차지한 수원은 역대 최다 우승팀이 됐다. 또한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과 함께 우승 상금 3억 원을 받았다.

고승범이 전반 15분과 후반 23분 연속 골을 터뜨린 수원은 김민우(후반 32분)와 염기훈(후반 40분)이 추가골을 터뜨리며 완승을 거뒀다. 신인이었던 2016년 수원에서 FA컵 우승을 경험한 고승범은 지난해 임대 신분으로 대구에서 두 번째 FA컵 우승을 맛봤다. 올해는 수원으로 돌아와 3번째 FA컵 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뛰면서 FA컵 우승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 올해 FA컵 최우수선수로 뽑힌 고승범은 “앞선 두 차례 우승 때는 ‘더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이번에는 결승전을 직접 뛰면서 우승해 행복하다”고 말했다.

과거 ‘꽃미남’ 선수였던 그는 최근 머리를 짧게 자르고 콧수염을 기르는 등 이미지 변신도 꾀했다. “경기장에서 약해 보이는 선수가 되고 싶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이임생 수원 감독은 “최성근의 부상이 아니라도 고승범에게 출전 기회를 주려고 했다. 고승범이 베스트 멤버로 우뚝 선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팀의 마지막 득점을 성공시킨 수원 염기훈은 5골로 이번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린 이날 경기에서 코레일은 비록 패했지만 값진 준우승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수원의 선수 연봉 총액은 80억6145만 원(2018년 기준). 반면에 실업축구 코레일의 연봉 총액은 11억 원. 코레일은 내셔널리그(3부) 팀 사상 첫 우승에 도전했지만 수원의 높은 벽에 막혔다. 김승희 코레일 감독은 “내가 부족했다. 이 경기가 코레일이 명문 구단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