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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손학규 선거법 놓고 고성 오가자 文대통령이 말려

입력 | 2019-11-11 03:00:00

[文대통령-5당 대표 만찬]황교안 “협의없이 선거법 추진”
4당 “한국당이 협상 불응” 반발… 여야정 상설협의체 복원엔 공감대
黃 ‘민부-민평론 국정반영’ 요청에 文대통령 “관련 책 보내달라”
만찬 메뉴는 돼지갈비-막걸리



조문 답례… 관저로 처음 초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여야 5당 대표를 청와대 관저로 초청해 막걸리를 곁들인 만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여야 대표를 자신의 생활공간인 관저로 초대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부터 시계방향으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10일 청와대 관저 만찬 회동은 문 대통령이 모친상 조문에 감사를 표하는 자리인 만큼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10일로 임기 반환점(2년 6개월)을 돈 문 대통령은 집권 후반부 첫 공식 일정으로 이날 여야 5당 대표들을 초청한 것. 하지만 선거제 개혁안 등 현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다가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10일 여야 5당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복원해 주요 현안들을 논의하자”고 제안했고 야당 대표들도 호응했다. 특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당에 돌아가서 긍정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황 대표는 “임기 반환점을 맞아 위기에 빠진 경제 안보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한국당이 제시한 민부론, 민평론을 잘 검토해서 국정에 반영해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민부론 민평론 관련) 두 책을 보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촛불혁명으로 세워진 정권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국민들도 포용되고 존중되길 기대한다”며 야당과의 협치뿐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과의 더 많은 소통을 당부했다고 한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일본 문제와 관련해선 “일본의 경제침탈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제 개혁안 관련 논의를 이어가면서 각 당 간 고성이 오가는 등 분위기가 과열되기도 했다. 한국당 황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 대표가 언성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가 “정부와 여당이 한국당과 협의 없이 선거제 개혁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문제가 있다”고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대표들은 “한국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은 것”이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정치협상회의 실무회의 등 논의를 할 수 있는 여러 단위가 있는데 한국당이 한 번도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했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등 그동안의 선거제 개혁안 논의 과정을 설명했다고 한다.

황 대표가 강한 유감을 거듭 표하자 손 대표는 목소리를 높여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비판하면서 좌중엔 긴장감이 고조됐다. 황 대표가 “그렇게라니요”라고 맞받아치면서 두 대표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웃으면서 양손을 들어 두 대표를 말리는 제스처를 취했고 황 대표와 손 대표는 서로 사과한 뒤 대화를 이어갔다고 한다.

결국 문 대통령은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를 발족하면서 여야가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바 있다”면서 “국회가 이 문제를 협의해 처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 메뉴는 돼지갈비 구이가 포함된 한식이었고 손 대표가 추천한 송명섭 막걸리 등 두 종류의 술이 준비됐다. 송명섭 막걸리는 전북 정읍에서 생산된 술로 이낙연 국무총리가 즐겨 마시는 막걸리이기도 하다. 돼지갈비 구이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에 따른 소비 위축을 우려해 돼지고기 소비를 장려하자는 뜻으로 포함됐다고 한다.

청와대는 정치적 의미를 가급적 배제한 채 여야 대표에게 예우를 다하겠다는 문 대통령 의중에 따라 만찬을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하고, 회동 분위기 정도가 담긴 짤막한 영상과 사진만 공개했다. 청와대는 브리핑도 하지 않았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조동주·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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