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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여시재 이광재 원장 “첫째도 교육, 둘째도 교육, 셋째도 교육이다.”

입력 | 2019-11-12 03:00:00

국가미래전략을 연구하는 싱크탱크, 재단법인 ‘여시재’ 원장으로 취임해 활동하고 있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이 원장은 한국 사회의 돌파구는 교육에 있다고 주장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재단법인 여시재에서 만난 이광재 원장은 이 말을 되풀이했다. 2015년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사재 4000억여 원을 출연해 설립한 여시재는 통일한국과 동북아의 미래 변화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세계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민간 싱크탱크다.

서류 가방을 들고 온 이 원장은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도 틈이 날 때마다 수첩에 메모를 했다. 국가의 백년지대계 교육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 듯했다. 전 국회의원이자 전 강원도지사인 이 원장은 현재 교육이 직면한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국가와 대학,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

우리의 지능지수(IQ)는 세계 최고다. 유대인보다도 더 높다. 교육을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입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30명이 한 반이면 그중에 10명이 잔다. 아이도, 부모도, 선생도 모두가 불행하다.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해도 결국 전공과 연관 없는 데서 일한다. 사회적 일꾼을 길러내지 못한다. 사회 모두가 불행하다.

지능지수라는 우리의 자원을 진화의 영역으로, 발전 동력으로 만들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우리는 결국 인적자원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국가도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다면 교육 문제에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연구개발(R&D)에 정부 예산 20조 원이 들어가는데 자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프로젝트만 5만2000개다. 너무 많다. 사실상 안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허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세계 4위의 특허 강국이다. 그러나 문제는 특허가 라이선스로 전환되는 게 중요하다. 연구개발 역량 자체가 산업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의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고 본다. 국가가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

싱가포르와 이스라엘 두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 싱가포르 연구개발은 싱가포르 사람들이 하지 않는다. 전부 노벨상 수상자급이 와서 한다. 세계 최정상급 전문가들이 와서 연구개발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총리실 안에 과학관실을 두고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한다. 이 두 가지 모델을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학의 역할은?

하버드대, 예일대 같은 곳만 봐도 특정 학과가 유명한 것이지 전체가 세계 최고인 건 아니다. 국내 종합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모두를 키우려 하기보다는 집중이 필요하다.

삼성과 성균관대의 산학협력 모델을 10개, 20개, 30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몇십 대 1, 몇백 대 1의 경쟁률을 통해 사람을 뽑을 게 아니라 기업이 직접 인재 양성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미스 매칭을 줄이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선 세제 혜택을 대대적으로 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이 한전 공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인근 대학 전기 관련 학과와 협력을 하는 거다. 인재 양성은 물론 지방이 살아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기업과 대학의 만남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이냐 고민해야 한다.

더 나아가 초·중·고등학교와 대학의 담장을 허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고려대, 연세대 등 국내 주요 대학이 담장을 허물어 교수, 유학생 자원을 초·중·고에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자치와 지방자치를 빨리 합쳐야 한다. 돈의 물꼬를 학교로 보내야 한다.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대학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성장동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대학은 유력한 성장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중앙정부, 지자체, 기업이 적극적으로 대학을 도와야 대학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많은 지역을 다니면서 지·산·학을 강조한다. 대학이 가능성이 무궁하지만 대학을 지원해야 살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대학을 살리기 위한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

유아, 초등 교육의 방향에 대한 의견도 궁금하다.


지능의 80%가 8세 이전에, 언어지능의 80%가 12세 이전에 발달한다는 학설이 있다. 학설에 관한 찬반양론을 떠나 그만큼 유아, 초등 교육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현재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의무교육을 하고 있는데 이는 옛날 방식이다. 여성가족부와 교육부의 기능을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두 번째로는 아파트 단지 1층에 유아원, 유치원 등 교육시설을 마련하자는 거다. 동시에 식당시설, 노인들을 위한 공공시설을 같이 두는 거다. 그러면 일단 안전 문제가 해결되고 아파트 내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 애들의 식사, 교육 문제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교육의 계층사다리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한 의견은?

과거에는 개천에서 용이 났다. 교육의 기회가 곧 계층 이동의 기회가 됐다. 그러나 지금은 소득 격차에 따라 교육의 기회가 달라지고 계급 격차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교육을 근본적인 국가 과제로 해야 한다. 교육에서 모두가 최대의 기회를 갖고 있다고 믿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을 국가의 1번 과제로 봐야 한다. 수년간 토론을 해서라도 뭔가 결론을 내야 한다고 본다. 컨센서스를 만들어내려면 정파를 초월한, 정권의 임기를 넘는 합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여시재가 교육에 천착하는 이유는?


세계가 길을 잃었다. G1, G2가 갈등하면서 G-제로 상황이 됐다. G-제로는 한반도에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미·중·일·러 틈바구니 사이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생존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세계의 역사를 돌아보면 사상과 기술력이라는 두 가지 답이 나온다.

사상과 기술력을 만들어내는 기본이 무엇이냐. 바로 창조력이다. 그 창조력을 만들어내는 솔루션이 바로 교육이기 때문에 첫째도 교육, 둘째도 교육, 셋째도 교육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전직 정치인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봤을 때 가장 많이 느낀 점이 있다면?

가장 절실히 느낀 점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가 없다는 거다. 현재 정당연구소는 선거연구소지 국가의 미래를 연구하는 곳이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산업연구원은 IMF 이후 먹고 살기 바쁘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1년이 멀다하고 바뀐다. 현재 대한민국을 설계하는 곳이 없다. 설계도, 청사진 없이 집을 지어선 좋은 집을 짓기 어렵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내 첫 번째 고민이다.

두 번째 고민은 리더십이다. 흥망성쇠의 큰 본질은 리더십이다. 회사도 국가도 리더의 크기만큼 성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인재 양성 시스템이 없다. 국회의원만 하더라도 기초의원을 거쳐 차츰차츰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한번 유명해지면 (국회의원을 넘어) 대통령 후보까지 간다. 인재 양성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세 번째 고민은 통합이다. 분열된 나라에서는 집을 지을 수 없다. 지금의 분열을 어떻게 통합으로 만들어낼 것이냐. 이 세 가지가 한국 사회의 본질적 과제라고 본다.

이광재 여시재 원장은…
1965년 강원 평창 출생 / 원주고·연세대 법학과 졸업 /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 / 제17,18대 국회의원 / 제35대 강원도지사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