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엔진 부품 1조2000억원 계약
5일(현지 시간) 영국 더비에 있는 롤스로이스 항공엔진 공장에서 에어버스 A330, 보잉 787드림라이너 등 주력 기종에 탑재되는 ‘트렌트 엔진’을 조립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엔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10종을 2021년부터 2045년까지 납품하는 계약을 이날 체결했다. 롤스로이스 제공
첨단 기술력 못지않게 부품 공급업체를 까다롭게 관리하기로 유명한 롤스로이스가 5일(현지 시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 상당)의 25년짜리 엔진 부품 공급 계약을 맺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30년 동안 롤스로이스에 엔진 케이스 등을 주로 납품해 왔는데 대부분 단기 계약이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롤스로이스가 납품업체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그만큼 우리 기술력을 신뢰한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롤스로이스와의 협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5일(현지 시간) 영국 롤스로이스 더비공장에서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오른쪽)과 앤디 그리즐리 롤스로이스 터빈사업부 부사장이 수주 계약서에 서명 후 찍은 기념사진. 롤스로이스 제공
구조물-트랜스미션 사업부문의 노르베르트 아른트 총괄부사장은 “롤스로이스의 파트너사들은 납기일, 품질, 비용 대비 효율 등을 점수로 환산해 평가받는다”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0년 넘게 거래하면서 잠재성을 충분히 증명했고 이제는 롤스로이스와 미래를 함께할 동반자가 됐다”고 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롤스로이스가 지정하는 최고 파트너 상(Best Supplier Award)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5년 동안 GE, P&W와도 엔진부품 장기 공급 계약을 잇따라 따내며 약 198억 달러(약 23조 원)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2015년에는 P&W와 엔진을 공동 설계하고 제작하는 국제공동개발(RSP) 사업 파트너로도 참여했다. RSP는 단순 부품 공급이 아니라 차세대 엔진 개발에 함께 참여해 비용과 수익을 참여 지분에 따라 나누는 방식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처럼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미래를 내다본 선제적 투자 덕분이기도 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말 가동을 시작한 베트남 공장에 이어 지난달 베트남 제2공장을 착공했다. 또 6월에는 미국 항공엔진 부품업체인 이닥(EDAC)을 인수하기도 했다. 신 사장은 “최근 4, 5년의 집중적인 투자가 결실을 보고 있다”며 “민간 항공기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힘입어 투자 성과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비=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