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공유 서비스를 하고 있는 국내 한 가정의 모습. 에어비앤비 제공
황태호 산업1부 기자
하지만 ‘위홈’ 같은 토종 숙박공유 업체들은 여전히 고전 중이다. 빈집 활용은 아예 불법이고 주인이 사는 집의 남는 방만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농어촌 지역이나 한옥이 아니면 내국인은 받을 수 없다. 에어비앤비도 똑같이 적용받는 규제지만 외국인보다 내국인 영업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토종업체들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가 힘이 든다.
올해 1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5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내국인 대상 도심 내 공유숙박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 나오자 “한국도 숙박공유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를 반영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뜯어 보면 맥이 풀린다. 여전히 빈집을 이용한 숙박공유는 불법이다. 내국인 대상 영업은 ‘연 180일 이내 영업’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한국의 규제에는 이런 고민이 없다. 한국에서 180일 제한이 나온 배경으로 지난해 12월 이뤄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공유경제 규제혁신에 대한 국민 의견조사’라는 제목의 설문조사가 있다. 그런데 응답자 1000명 중 ‘공유경제를 잘 모른다’고 답한 비중이 86.4%다. 또 숙박공유를 이용해 보지 않은 사람이 80.2%였다.
숙박공유 허용 수준을 묻는 질문의 보기와 응답 비율은 다음과 같다. ‘영업일수 제한 없는 전면 허용’(26.1%) ‘270일 이내로 제한’(9.4%) ‘180일 이내로 제한’(32.0%) ‘허용 금지’(19.8%) ‘기타’(0.9%). 그런데 숙박공유 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에선 절반에 가까운 43.6%가 ‘영업일수 제한이 없는 전면 허용’을 택했다. 무경험자 중에선 37.9%가 ‘180일 이내로 제한’을 선택했다. 결국 한 번도 숙박공유를 이용해 보지 않은 사람들의 무심한 응답이 규제의 명분이 됐다. 빈집에 대한 숙박공유를 허용해야 할지를 묻는 문항은 아예 없었다. 짜맞추기식 여론조사를 통해 만들어진 규제로 공유경제는 여전히 싹조차 틔우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칼럼에서 “K팝의 나라가 규제에 갇혀 혁신에 실패하고 있다”라고 썼다.
황태호 산업1부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