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득 만화가 그림
권용득 만화가
결국 진실부터 말했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너를 낳으려고 그랬던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서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싶어서 섹스까지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건 대단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엄마와 아빠는 욕망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아이는 다행히 충격을 먹진 않았습니다. 충격은 도리어 제가 먹었죠. 섹스에 관한 아이의 이해 수준이 제 학창 시절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아서요.
때는 1991년, 중학교 2학년 생물 시간이었습니다. 마침 사람의 생식 기관과 수정을 배우던 중이었습니다. 수업을 마친 선생님은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교실은 그 어느 때보다 엄숙한 가운데 한 친구가 기다렸다는 듯 손을 높이 들고 말했습니다. “선생님도 해보셨습니까?” 친구의 말은 선생님도 섹스를 해보았냐는 뜻이었고, 그 뜻을 대번에 알아차린 선생님은 자신의 손바닥으로 친구의 얼굴을 있는 힘껏 때렸습니다. 계속 때렸습니다. 우리는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섹스가 아무리 궁금해도 어른들 앞에서는 속내를 감추는 편이 신상에 이롭다는 교훈은 얻었습니다.
섹스로 시작된 아이와 저의 대화는 자위에서 멈췄습니다. 자위는 다음에 얘기하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아이는 그동안 자위를 스스로 배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사춘기로 접어든 아이는 요즘 한창 자기 몸의 변화에 민감하거든요. 조만간 엄마 몰래 귓속말로 이렇게 물어볼 수 있겠죠. “아빠도 해봤어?”라고. 그럼 저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요. 아무래도 성교육은 저부터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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