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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헬기사격’ 진실은…목격자·조종사 엇갈린 ‘증언’

입력 | 2019-11-12 10:12:00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지난 3월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2019.3.11 /뉴스1 © News1


전두환씨(88)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 쟁점인 ‘5·18 헬기사격’을 두고 목격자와 헬기 조종사들의 증언이 엇갈리며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이 가려질지 관심이다.

12일 광주지법 등에 따르면 형사8단독 장동혁 판사의 심리로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전씨가 지난 3월11일 공판기일에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전씨는 헬기사격은 없었다면서 자신의 회고록에 기재한 내용은 의견진술일 뿐 명예를 훼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섬광과 함께 ‘드르륵’ 소리 들어

지난 5월부터 진행된 공판기일에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인들은 헬기에서 섬광과 함께 ‘드르륵’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13일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씨는 “헬기 밖으로 총구가 나와 있었고 거기에서 불길이 일었다”며 “탄피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했고 같은날 증인으로 출석한 남모씨는 “심부름으로 친척집을 갔다가 걸어서 돌아오면서 헬기사격으로 인해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남씨의 증언을 뒷받침 하듯 모 국립대학교 변모 교수는 “5·18 기간 동안 총상을 입은 시민들을 상대로 관련 연구를 진행했었다”며 “남씨의 몸에서 나온 파편 등을 미국 업체 2곳에 분석을 의뢰했고, 6.5㎜ 이상의 크기로 M50 이상의 구경에서 발사된 탄환으로 강력한 철합금인 철갑탄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헌혈하는 사람들 후미에서 사격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고, 전남대병원 9층으로 총탄이 유리창을 뚫고 들어왔다는 구체적인 증언도 있었다.

조비오 신부와 함께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천주교도 이모씨는 “호남동성당에서 현수막을 만드는 작업을 하던 중인 21일 오후 1시쯤 ‘드르르륵’ 소리가 들렸다”며 “뒤를 돌아보는데 조비오 신부가 ‘이리 와보라’며 불렀다”고 밝혔다.

이어 “함께 정문까지 가서 헬기에서 사격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헬기는 불로교 인근 상공에 있었고, 불빛이 비쳤다. 드르륵 하는 소리는 2차례 들렸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1980년 5월 당시 육군항공부대인 31항공단 탄약관리 하사로 복무한 최모씨는 “갑작스러운 출격 명령이 있었다”며 “출격 후 돌아온 헬기의 탄약이 줄어 있었고, 헬기 5~6대 정도에 탄약을 보충해줬다”고 증언했다.

최씨는 “(헬기가 탄약을) 꽉 채워서 나갔는데 3분의 1쯤 비어서 왔다”며 “당시 탄환을 제가 4통인가 내줬으니 잘 알고 있다. 당시 운항을 나갔던 기록을 다섯 장 정도 작성했고 항공보고서라든지 업무일지에 다 썼다. 기록을 보면 다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87) 전 대통령의 공판이 열린 지난 3월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오월 단체 회원들이 피켓을 든채 인간띠를 만들고 있다. 2019.3.11 /뉴스1 © News1


◇“헬기사격 없어…탄약 그대로 반납”

반면 11일 열린 공판기일에 참석한 전씨 측 증인들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헬기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한 증인 1항공여단 31항공단 소속 구모·서모씨 등 헬기조종사 2명과 송모 전 육군 제1항공여단장과 김모 전 31항공대 506항공대 대대장 등 군 관계자 2명이다.

이들은 과거 검찰 조사 등과 같이 ‘광주의 상공을 비행한 적은 있지만 사격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 증거로 무장헬기가 사격을 했으면 도로나 주변 건물 등에 흔적이 남았을 것, 사격시 많은 탄피가 떨어졌을 것인데 이를 주웠다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를 꺼냈다.

구씨는 “헬기 위협사격 지시를 직접 받은 사실도 없고 위협사격을 실시한 적도 없다”며 “탄약을 소모한 적도 없고 재보급을 받은 사실도 없다. 탄약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반납했다”고 말했다.

부조종사였던 서씨는 “사격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며 “7.62㎜ 기관총 탄환 2000발을 탑재했지만 장전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송 전 단장은 “무장헬기는 출격했지만 광주에서 한발도 쏜 적이 없다”며 “무장헬기에서 사격을 했다면 땅땅소리가 나지 않는다. 부욱부욱 소리가 나고, 도로 등에 흔적이 많이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격을 한다면 엄청난 탄피가 쏟아지는데 탄피를 주웠다는 사람도 없다”며 “100여명이 파견됐는데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고 헬기사격을 거듭 부인했다.

그러면서 “헬기가 속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브레이크를 변형시켜야 하기 때문에 땅땅땅 소리가 날 수 있다”며 “건물이 있으면 울림이 배가된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대장은 “코브라로 옥상에 있는 대공화기 진지를 제압하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다른 항공대 대대장이 민간인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반대했다”며 “광주천에 대한 위협사격 이야기도 있었지만 다른 항공대 대대장이 반대를 표명하면서 서면으로 지시를 내려달라고 요구했고, 이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어 “500MD를 운행하면서 헬기사격을 실시한 사실이 없다. 탄약을 소모한 적도 없다”며 “사격을 하면 좌우측 건물에 유탄이 튀어서 흔적이 남아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처럼 5·18을 목격했던 시민들과 헬기조종사 등이 서로 다른 진술을 내놓으면서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전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12월16일 광주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날 재판에는 1980년 당시 군 고위 간부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계획이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