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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경선제’ 논란 등으로 복잡해지는 보수통합 논의…속도조절?

입력 | 2019-11-12 20:42:00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측의 보수통합 논의가 한국당 내부 친박과 비박 간의 신경전과 ‘국민경선 공천제’ 논란 등으로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2일 중진들과의 오찬에서 “통합 논의가 잘 돼야겠지만, 이달까지 진척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밝히며 속도조절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동아일보 DB


이날 한국당에선 원유철 통합추진단장의 자격 논란이 제기되며 계파 갈등의 양상이 불거졌다. 비박(비박근혜)계 권성동 의원은 국회 한 세미나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확인하다 ‘통합추진단장으로 원 의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의원과 신뢰 관계가 없다’고 적어 황 대표에게 발송한 문자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찍혔다. 권 의원은 황 대표에게 비박 좌장인 김무성 의원을 통합추진단장으로 추천했다. 황 대표는 중진 오찬에서 “유 의원 측도 원 의원과 접촉했으면 좋겠다고 해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하지만 유 의원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권 의원이 황 대표에게 보낸 또 다른 문자메시지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에 대해 ’2년내 사망‘ 발언을 한) 김재원 의원에 대해 윤리위 회부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당 내에선 “김재원, 원유철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들에 대해 비박들이 견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왔다.

동아일보 DB


이런 가운데 유 의원 측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은 ‘국민경선제’ 논란에 휩싸였다. 변혁 내부에서 제기된 “한국당이 국민경선 공천 방침을 공표하면 통합 협상에 참여한다”는 방안에 대해 유 의원은 변혁 의원들에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변혁과 한국당의 개별 의원들은 통합 시 발생할 공천 경쟁을 가장 신경쓰고 있다. 변혁 측 한 의원은 “국민경선 도입 등 공천권에 대한 한국당 지도부의 희생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친박 김진태 의원이 8일 황 대표와 강원 지역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과감한 인적쇄신을 해야 하는데, 유 의원을 데려와 공천을 주면 그간 당을 지키고 싸워온 사람들을 어떻게 잘라낼 것이냐”고 말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않다. 김 의원은 “유 의원을 꽃가마 태워 데려오는 것은 분열의 씨앗”이라고 했고, 황 대표는 “잘 알겠다”고만 답했다고 한다.

국민경선제 논란은 확산될 전망이다. 김무성 의원은 12일 기자들을 만나 “국민경선 등 한국당과 변혁 양쪽이 수용할 수 있고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공천 제도를 만들면 통합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에선 당 쇄신론도 쏟아졌다. 한국당 청년 당협위원장들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을 해체하고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자”면서 자신들을 포함한 다른 의원들의 당협위원장 포기, 당 지도부의 기득권 내려놓기를 주장했고, 재선 의원들은 “당 지도부에 공천 위임 각서를 제출하자”고 합의했다. 김무성 의원은 “중진 의원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은 자기를 죽여서 나라를 살리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