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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되는것 말렸지만… 정말 훌륭한 우리딸, 가슴에 묻을게”

입력 | 2019-11-13 03:00:00

독도헬기 추락사고 12일만에 29세 女구조대원 시신 수습
부모 “자랑스러워” 눈물 삼켜… 블랙박스, 손상위험에 인양하기로




지난달 31일 독도 헬기 추락 사고로 실종됐던 119특수구조대 소속 박모 대원의 시신이 12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 동산병원에 도착하자 대기하던 소방관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대구=뉴스1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 발생 13일째인 12일 119특수구조대 소속 박모 대원(29·여)의 시신을 추가로 수습했다. 이로써 사고 헬기 탑승자 7명 중 현재까지 시신 4구가 수습됐고 3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은 이날 오전 11시 56분경 해상 수색 중이던 해양경찰 1513함이 헬기 동체 발견 지점에서 남쪽으로 3km 떨어진 경북 울릉군 독도 해상에서 박 대원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고인의 시신은 헬기와 차량으로 옮겨져 오후 4시 반경 대구 달서구 계명대 동산병원에 안치됐다. 딸을 찾았다는 소식에 박 대원의 어머니 이모 씨(51)는 “우리 딸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자랑했던 거 알고 있지? 엄마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우리 딸 가슴에 묻고 있을게. 사랑해”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박 대원은 지난해 중앙 119구조본부 경력특별채용(구급분야)을 통해 구급대원이 됐다. 대학 졸업 후 2년간 응급구조사로 근무할 때 전신경련 환자를 백령도에서 인천까지 헬기로 이송해 온 119대원들의 활약을 지켜본 뒤 꿈을 키웠다고 한다.

이 씨는 “소방공무원을 준비하며 잠수를 배우던 딸이 공기통을 들고 왔는데 너무 무거워서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하려 하냐’며 반대했지만 딸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아버지 박모 씨(56)는 “차만 타도 멀미를 하던 애가 헬기 타는 일을 꿋꿋이 해내는 모습이 늘 대견했다”며 “독도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보람차게 일하는 모습을 봐 한편으론 마음이 편하다”며 울음을 삼켰다.

박 대원 발견 소식을 전해들은 실종자 배모 대원(31) 어머니는 “찾아서 정말 다행이다”며 이 씨를 끌어안았다. 이 씨는 배 대원 어머니에게 “먼저 찾아서 미안하다. 아들도 어서 찾을 거니까 걱정마라”며 함께 오열했다.

6일 세 번째 시신을 수습한 후 엿새 만에 추가로 실종자를 발견하면서 남은 실종자 3명의 가족도 희망을 나타냈다. 한 실종자 가족은 “박 대원이 발견된 곳 중심으로 집중 수색을 벌여 나머지 실종자도 모두 찾아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색당국은 실종자 수색에 집중하기 위해 미뤄둔 사고 헬기 블랙박스 인양을 진행할 방침이다. 사고 헬기 제작사가 포함된 프랑스 사고 조사 당국이 ‘블랙박스가 침수 상황에서 30일 동안 버틸 수 있지만 수압 등 충격이 가해질 경우 메모리가 손상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단 관계자는 “실종자 가족들과 협의해 블랙박스가 장착된 꼬리부분 인양을 조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