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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경선 동상이몽, 친박-비박 신경전… 보수통합 논의 주춤

입력 | 2019-11-13 03:00:00

한국당-유승민 측 공천방식 촉각… 劉 “국민경선 제시 안해” 불끄기
“원유철 통합 부적절-김재원 징계”… 비박 권성동, 황교안 대표에 문자
한국당내 쇄신론 다시 이어져… 청년 당협위원장들 “기득권 포기”
재선 의원 12명 “공천 지도부 위임”



이승만 흉상 앞에 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서울 중구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에서 배재학당 출신인 이승만 전 대통령 흉상을 살펴보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이곳에서 대입 정시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교육정책비전을 발표하며 “대한민국의 교육은 병들어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측의 보수통합 논의가 한국당 내부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의 신경전과 ‘국민경선 공천제’ 논란 등으로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2일 중진들과의 오찬에서 “통합 논의가 잘돼야겠지만, 이달까지 진척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밝히며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이날 한국당에선 원유철 통합추진단장의 자격 논란이 제기되며 계파 갈등의 양상이 불거졌다. 비박계 권성동 의원은 국회 한 세미나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확인하다가 ‘통합추진단장으로 원 의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의원과 신뢰 관계가 없다’고 적어 황 대표에게 발송한 문자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찍혔다.

권 의원은 황 대표에게 비박 좌장인 김무성 의원을 통합추진단장으로 추천했다. 황 대표는 중진 오찬에서 “유 의원 측도 원 의원과 접촉했으면 좋겠다고 해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하지만 유 의원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권 의원이 황 대표에게 보낸 또 다른 문자메시지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에 대해 ‘2년 내 사망’ 발언을 한) 김재원 의원에 대해 윤리위 회부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당 내에선 “김재원, 원유철 의원 등 친박들에 대해 비박들이 견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유 의원 측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은 ‘국민경선제’ 논란에 휩싸였다. 변혁 내부에서 제기된 “한국당이 국민경선 공천 방침을 공표하면 통합 협상에 참여한다”는 방안에 대해 유 의원은 변혁 의원들에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변혁과 한국당의 개별 의원들은 통합 시 발생할 공천 경쟁을 가장 신경 쓰고 있다. 변혁 측 한 의원은 “국민경선 도입 등 공천권에 대한 한국당 지도부의 희생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친박 김진태 의원이 8일 황 대표와 강원지역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과감한 인적쇄신을 해야 하는데, 유 의원을 데려와 공천을 주면 그간 당을 지키고 싸워온 사람들을 어떻게 잘라낼 것이냐”고 말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김 의원은 “유 의원을 꽃가마 태워 데려오는 것은 분열의 씨앗”이라고 했고, 황 대표는 “잘 알겠다”고만 답했다고 한다.

한편 한국당에선 잠시 주춤하던 쇄신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당 청년 당협위원장들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을 해체하고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자”면서 자신들을 포함한 다른 의원들의 당협위원장 포기, 당 지도부의 기득권 내려놓기를 주장했다. 재선 의원 12명은 “당 지도부에 공천 위임 각서를 제출하자”고 합의했다. 김무성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중진 의원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은 자기를 죽여서 나라를 살리는 것”이라며 “당과 우파 정치 세력이 어렵게 되는 과정에서 책임자급에 있었던 사람은 이번 선거에서 쉬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구 수성갑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것처럼 해석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당이 요구하면 험지 출마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최우열 dnsp@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