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비올리스트 에르완 리샤
프랑스인 비올리스트 에르완 리샤는 “국악기 특유의 자유로운 기법과 음색이 서양음악에 새롭고 다채로운 색깔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클레프 제공
가야금과 생황 등 전통 악기로 서양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면 어떤 느낌이 날까.
프랑스인 비올리스트 에르완 리샤(수원대 교수)가 이 느낌을 들려주는 연주회를 연다. 그는 14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바로크에서 현대곡까지 직접 편곡한 작품을 가야금, 생황과 함께 연주한다.
“아는 작품들을 새롭게 들리도록 하는 데 예전부터 기쁨을 느껴 왔어요. 한국의 국악기와 함께 이 곡들을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한국 작곡가들의 창작음악을 연주하면서 이화영, 김효영 씨를 알게 됐죠. 두 분을 통해 국악기의 매력을 알았고, 옛 서양 음악을 이 악기들과 함께 연주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는 “슈만 같은 낭만주의 곡이라면 이상하겠지만 바로크나 현대곡이라면 어울리겠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편곡할 작품으로는 ‘기법적으로 세밀하지만 자유로움이 깃든 곡들’을 선택했다. ‘자유’의 공간에 국악기가 숨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가야금의 경우 왼손을 깊이 눌러 음높이를 세밀하게 변화시키는 ‘농현(弄絃)’이 양악기와 다른 색깔을 빚어낸다. 그는 “농현 등 국악기 고유의 특징을 물론 사용한다. 재미있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두 연주자와도 편곡의 세부를 상의하며 더 좋은 결과를 낳고자 노력했다.
“학창 시절부터 편곡을 좋아했어요. 비올라는 바이올린이나 첼로에 비해 레퍼토리가 좁아서, 다른 악기를 위해 쓰인 곡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는 파리에서 자라난 ‘파리지앵’이다. 독일 유학 중 부인을 만났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교향악단 비올라 수석으로 재직하다 2008년 안식년을 맞아 함께 서울에 왔고, 한국에서 활동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따뜻함이 좋다고 했다.
그는 독도를 사랑하는 문화예술가 모임 ‘라 메르 에 릴’ 일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재작년에는 회원들과 함께 독도에도 갔다. “날씨가 좋지 않아 상륙이 꽤 힘들었죠. 거의 수직의 절벽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전석 2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