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아프리카의 지부티에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데, 미국이 주둔 비용을 부담합니다. 지부티나 한국이나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데 미국이 우리나라의 경우 주한미군 방위분담금을 크게 증가시키려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규연 계명대 중국어문학과 4학년(아산서원 16기)
A. 현재 방식의 방위비 분담은 1991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1954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어 주한미군 주둔을 공식화했고, 1966년 주둔국지위협정(SOFA)을 체결하여 한국은 시설과 구역을 제공하는 반면 미군이 주둔 비용을 부담해 왔습니다. 그러나 1980년 후반부터 미국이 재정적자에 시달리면서 경제력이 상승한 한국과 일본에게 주둔 비용의 일부 분담을 요구하여 현 ‘특별협정’(Special Measure Agreement, SMA)을 체결합니다. 한국은 특별협정에 따라 한국인 고용원 인건비 일부, 주한미군 비전투시설을 위한 군사건설비, 탄약저장, 항공기 정비 등의 군수지원을 합니다. 2~3년 혹은 5년 단위의 협정을 맺어 왔고, 지금은 10차 협정에 따라 분담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11차 협정을 체결해야 합니다.
한국이 분담하고 있는 정확한 비용을 산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특별협정에 따라 지원하는 것 외에도 세금감면, 카투사 지원, 무상공여 토지 등의 다양한 간접지원도 많습니다. 반면 미국이 상정하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도 명확한 항목이 없으므로 확장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현재 한국이 부담하고 있는 비용이 전체의 50%인지는 정확하게 산출하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동맹국의 비용 분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일종의 대선 공약으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제대로 된 비용과 책임 확대를 이끌어 내겠다고 공헌하였지요.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부터 새로운 방위비 분담 협상을 위한 ‘전세계 검토’(global review)를 실시하여 새로운 틀을 만들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으나 미군 주둔비를 넘어선 일종의 ‘동맹 기여금’ 형태로 미국이 무상으로 제공하던 안보 공공재의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틀에 따라 협상하는 첫 대상이 한국입니다. 일본은 2021년 3월에 특별협정이 종료되므로 내년에 협상이 시작될 것입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50억 달러 안팎의 비용은 새로운 틀에 따라 제시된 것이지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첫 대상국인 한국과의 성공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다음 국가와의 협상도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밀어붙이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 10년간의 협정은 대부분 한 자리수로 분담금이 인상되었는데 갑자기 5배를 더 요구받고 있습니다. 미국은 기존의 특별협정에 있는 항목을 확대하여 비용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10차 협상 때도 제시했다던 △전략자산 배치 비용 △장비 순환배치 비용 △연합훈련 비용 △주한미군 역량(대비태세) 강화 비용 등을 포함한 ‘작전지원항목’을 만들어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일부에서 회자되는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협상 중에 한국이 대량으로 구매한 미국산 무기 수치를 제시하자 미국은 한국이 대미 자동차 수출로 보는 흑자를 언급했다고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원하는 수준의 비용 분담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관세와 무역장벽을 활용한 경제민족주의를 활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의 발언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아프리카의 지부티에도 미군을 주둔하고 있는데 비용을 받지 않습니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을 중점적으로 제기하는 국가는 한국,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나토 등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미국을 이용하는 부유한 국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군사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동맹국을 대상으로 주둔 비용 분담을 넘어선 동맹 기여금을 받고자 하는 의도로 판단됩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