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검토 뒤 결과 직접 발표하거나 한국당에 전달" 현 정부 정책과 반대 방향…전면 수용은 쉽지 않아 野 의견 경청하는 행보로 여야 '극한대립' 완화 시도 임기 후반기 소통·협치로 국정 운영 돌파구 찾을 듯 '사분오열' 정치 구도 속 여러 정당·세력 설득 관건
청와대가 자유한국당의 정책 비전인 민부론과 민평론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민부론과 민평론은 현 정부의 정책에 대립각을 세우는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제1야당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며 집권 후반기 협치 행보를 시작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3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민부론과 민평론의 내용을) 지금 검토하고 있다”며 “검토 후 수용할 수 있는 것과, 논의할 것들을 추리고 (결과를) 직접 발표하거나 한국당에 의견을 전달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부론과 민평론은 한국당이 황교안 대표 체제 들어 내놓은 경제 정책과 외교안보 정책 비전이다.
민평론도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폐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철회, 나토식 한미 핵공유 협정 등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과 대립각을 세우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청와대의 민부론·민평론 검토는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표와 여야 대표의 만찬 회동이 계기가 됐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만찬에서 민부론과 민평론을 잘 검토해 국정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두 책을 보내달라고 답했다. 이에 김도읍 한국당 대표 비서실장은 11일 청와대를 방문해 강기정 정무수석에게 민부론·민평론을 전달했다.
정치권에서는 민부론·민평론의 방향이 현 정부 정책과는 정반대여서 청와대가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제1야당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 자체가 현재의 여야 극한 대립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여야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 회동을 함께 한 것도 이같은 행보의 일환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복원해 주요 현안들을 논의해 가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과 시대가 요구하는 대통령의 소임을 최선을 다해 완수하겠다”며 “그 과정에서 더욱 폭넓게 소통하고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공감을 넓혀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 남은 절반의 임기, 국민들께 더 낮고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며 “국민들의 격려와 질책에 모두 귀기울이며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의견을 가진 정당과 정치 세력들을 설득하는 방안을 찾는 것도 청와대가 고심하는 부분이다.
또 정부·여당의 정책에 대부분 반대하는 한국당과 진보 성향의 정의당까지 논의에 가세할 경우 사실상 협의를 통한 의견 도출은 지난한 상황이다.
청와대 만찬 회동에서 선거제 개편 문제를 놓고 황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사이에 고성이 오가고 문 대통령이 말리는 모양새가 연출된 것도 이같은 정치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청와대는 여야간 이견이 크지 않은 민생·경제 법안들부터 국회에서 우선 처리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패스트트랙 법안(검찰개혁법안, 선거제개편법안)의 경우 4당 공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하면서 한국당을 설득한다는 생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을 같이 올렸던 4당의 기본 공조는 되는 상황이고, (각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