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8집 '직진' 발매..."라이브같은 에너지 폭발시킬 곡"
펑크 밴드 ‘노브레인’의 정규 8집 ‘직진’을 들으며 퇴근하다 집을 지나칠 뻔했다. 1번 트랙 ‘유령잔치국수’를 플레이하면, 9번 트랙 ‘죽어버릴 만큼’까지 앨범 제목처럼 쭉 내달리듯 들어야 하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잘 쓰인 경장편(러닝타임이 30분가량) 소설을 읽는 것처럼 리듬감, 속도감이 일품인지라 듣고 있으면 심적, 물리적으로 내달리게 된다. 몸의 구석 어디엔가 엔진을 장착한 듯하다.
최근 망원동 록스타뮤직앤라이브 사옥에서 만난 노브레인 기타리스트 정민준(39)은 “앨범에 수록된 전곡은 특히 라이브 무대에서 에너지를 폭발시킬 곡들”이라고 소개했다.
드러머 황현성(41)도 “9곡은 우리에게 용납이 안 되는 숫자였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억지로 더 만들지 말자”는 초연함이 이들의 강박관념을 억눌렀다.
베이시스트 정우용(37)은 “시간 압박 없이 저희가 여유를 가지고 만든 앨범”이라면서 “그러다보니 곡 하나하나에 모두 노브레인의 색깔이 담겼다”고 흡족해했다. “개별 곡에 멤버들의 교집합이 보이거나 각자 좋아하는 것이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수록곡 중 “지구는 우리들의 손 안에 / 운명 따윈 필요 없어 본능을 깨워 / 우리가 바로 노브레인져!”라고 노래한 선공개곡 ‘노브레인져’ 무대는 코스튬 분장으로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곡은 마치 만화 주제곡 같고, 뮤직비디오는 마치 ‘영웅 드라마’처럼 보인다. 노브레인 멤버들 설명에 따르면 ‘병든 지구와 추악한 인간세계를 접수하기 위해 지구에 도착한 악당인지 모를 히어로들이 속세의 달콤함을 이겨내고 활약하는 내용’을 담은 곡이란다.
이성우는 “녹음을 끝냈는데 가죽점퍼를 입고 부르는 것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음악은 스포츠나 과학이 아니잖아요. 정교함과는 다른 설명하기 힘든 에너지를 곡마다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황현성은 “과감하고 실험적인 사운드를 만들려고 하기보다 기준치에 맞는 것이 중요했어요. 곡의 분위기에 맞는 최적화된 사운드를 만들려고 했죠.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듣기 싫은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조선 펑크’의 포문을 연 노브레인은 1997년 드럭에서 활동한 밴드들의 옴니버스 ‘아워네이션’ 2집으로 첫 음반을 냈다. 2000년 마침내 1집 ‘청년폭도맹진가’로 활화산 같은 펑크의 에너지를 불태웠다.
어느덧 24년차 밴드가 된 노브레인은 나이에 걸맞은 ‘중년 펑크’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개별적으로도 음악 신에서 저마다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정민준은 다른 밴드 ‘썬더스’에도 몸 담고 있고, 황현성은 ‘달리’라는 예명으로 솔로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우용은 힙합 뮤지션, DJ 등과 협업해 프로젝트 앨범을 낼 것으로 구상 중이다.
이성우는 많은 대중이 알다시피 MBC TV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 반려견 사랑·걸그룹 ‘러블리즈’ 팬·요리 실력자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이성우는 친한 가게 내부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음식을 만들어 얻은 수익금을 유기묘, 유기견 보호단체에 기부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황현성은 “저희 모두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노브레인으로 합체할 때 더 강력해진다”고 말했다. 이성우도 “원초적인 음악의 결은 멤버들 모두 달라도 조합이 자연스럽다”고 했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롭 헬포드는 혼자 앨범을 내기도 했지만 역시 헬포드는 주다스 프리스트로 앨범을 내야 느낌이 나잖아요”라며 웃었다.
“나이가 들면서 각자 생활이 더 많아져요. 자칫하면 멤버들 사이가 더 벌어질 수 있는데 갈수록 밴드를 하는데 불편함과 스트레스가 없어요. 하하.”(황현성)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