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중진 정우택 "유승민계 영입이 보수대통합은 아냐" 하태경 "총선 구도, 탄핵 심판으로 잡는 것은 진박 소동 2탄" 황교안, 원유철 거취 여부엔 "모든 것 덮고 가자는 게 통합"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혁(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간 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한 가운데 12일 양쪽에서 서로에게 날 선 발언을 쏟아내며 통합무드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당에서 추진 중인 보수대통합과 관련, “유승민계를 영입하는 것이 보수대통합인양 잘못 판단되는 경향이 있다”고 에둘러 불만을 표출했다. 정 의원은 충청권의 4선 중진으로 친박(親朴·친박근혜)계로 분류된다.
정 의원은 “보수대통합 명분에는 어느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진정한 의미는 우리가 보수의 가치 또는 대한민국의 헌법가치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세력들의 규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바른미래당의 하태경 의원은 탄핵 심판론을 들고 나와 보수통합에 제동을 걸고 있는 친박계에 날을 세웠다.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지난 8일 황교안 당대표와의 만찬 자리에서 ‘변혁’을 이끌고 있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에 대해 “배신의 아이콘”이라며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에 유 의원과 통합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총선 구도를 탄핵 심판으로 잡는 것은 진박 소동 2탄”이라며 “몇몇 강성 친박들이 다음 총선을 탄핵 심판으로 치르자고 한다. 주 심판 대상은 보수진영 내 탄핵을 주도했던 소위 탄핵 5적 내지 7적”이라고 썼다.
그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진박 소동을 일으켜 180석 될수 있는 선거를 120석 만든 뼈아픈 과거를 아직도 반성 못하고 있다”며 “21대 총선은 탄핵 심판이 아니라 정권 심판으로 가야 보수가 승리한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극소수 강성 친박들만이 정권심판보다는 탄핵 심판하자며 박 전 대통령 한풀이 정치만 고집하고 있다”며 “유승민 대표가 언급한 3대 원칙을 한국당이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한국당이 극렬 친박에 휘둘려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면 보수는 영원히 재기불능이 될 것”이라고 쏘아 붙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보수 통합에 대해 “어느 정도 명분과 소신을 내려놓는 상황 속에서 만약에 대통합이라는 것이 이루어지려면 실리라도 있어야 된다”며 “그런데 지금 실리는커녕 선거에 득이 될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보수통합추진단장으로 내정된 원유철 의원을 둘러싼 자격 시비 논란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소통과정에서 신뢰관계가 없었더라면, 두 달동안 물밑에서 유대표의 변혁측과 소통의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황대표의 의중을 잘아는사람을 내심 원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썼다.
그는 “권 의원 말씀은 우리 당이 보수통합, 야권통합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잘 이뤄내야 한다는 충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보수통합, 야권통합은 국민이 가라고 하시는 길이다.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힘을 모아 가야한다. 가는 길이 험난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정우택 의원도 논란에 가세했다. 정 의원은 “단장으로 임명된 이상 원유철 의원이 교섭을 통해서 우리가 원하는 성과를 얻어내기를 기대한다”며 “원유철 의원이 단장이 된 것을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라고 원 의원을 옹호했다.
황 대표는 원 의원을 그대로 통합추진단장으로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여러 의견들이 있다”면서 “그 모든 것을 덮고 가자는 게, 넘어가자는 게 통합아닌가. 걱정하는 부분들을 잘 설명하고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가면서 그렇게 해나가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를 두고 황 대표가 변혁 측 불만을 의식해 재고의 여지를 열어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