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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 아꼈는데’…초라한 성적표 받은 한전, 요금인상 힘 받나

입력 | 2019-11-13 18:07:00

영업이익 1조2392억...전년대비 11.2% 줄어
원전이용률 65.2%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
28일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 관련 이사회 주목




한국전력이 4분기 만에 흑자를 냈지만 지난해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통상 3분기는 여름철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시기다. 특히 올해는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지난해보다 10%가량 싸졌다는 점에서 더 우려스럽다.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안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올해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2% 감소한 1조2392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5조9122억원으로 3.0%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2410억원으로 67.3% 축소됐다.

누적 실적으로 봐도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3107억원으로 전년 대비 46.5%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932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 넘게 많다. 매출액도 44조2316억원으로 2.7% 감소했다.

이날 한전은 실적 자료를 배포하면서 4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3분기 실적은 계절적 특성상 흑자가 예상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전년 대비 쪼그라든 실적에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특히 지난해보다 연료비가 싸졌음에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한전에 따르면 발전용 LNG 가격은 지난해 3분기 t당 73만3900원에서 1년 만에 65만5400원으로 10.7% 감소했다. 실제 올해 3분기 발전자회사에서 연료비로 쓴 돈도 지난해보다 5000억원 줄었다.

한전은 올 여름철 폭염일수가 줄어들면서 전기판매수익이 전년 대비 3000억원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택용(-4.9%), 교육용(-4.0%), 일반용(-2.4%), 산업용(-1.6%) 등 대부분 유형에서 전기판매수익이 감소했다.

그래도 아낀 돈만큼 벌어들이지 못했다. 한전은 원전이용률이 65.2%로 전년 대비 8%포인트(p)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원전이용률이 50%대까지 떨어졌던 지난해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빛4호기 격납건물 콘크리트에서 대형 공극이 발생하는 등 부실시공이 발견된 원전의 점검이 확대된 탓이다. 여기에 계획예방점검 주기가 도래한 원전도 더해졌다. 현재 정비 중인 원전은 13기로 지난 2분기보다 7기 늘었다.

NH투자증권 자료를 보면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원전 계획예방정비 일수는 차수당 178일로 이전보다 98일 증가했다. 그만큼 깐깐히 원전 안전을 살핀다는 뜻이다.

이번 실적 발표로 한전이 추진하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 그간 한전은 연료비가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이번 3분기의 경우 연료비로 나가는 돈보다 다른 바가지에서 새는 돈이 더 많았을 수도 있다.

얼마 전 김종갑 한전 사장은 “실적에는 연료가격과 환율, 정부 제세부담금, 원전 가동률 등이 영향을 준다”며 “원전을 돌리면 이익인 것만 맞지만 이를 덜 돌리는 것을 탈원전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전체 사용량의 56%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근본적인 이익 개선이 필요하다”며 “전기요금 1% 인상 시 세전이익 6000억원 인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전은 오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일몰 예정인 전기요금 특례할인 연장 여부와 전반적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