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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등 13개 사업… 구청이 만든 ‘일자리주식회사’

입력 | 2019-11-14 03:00:00

성동구 출자 ‘일자리회사’ 큰 성과
노인에 일자리 제공하기 위해 설립
공공근로처럼 예산 투입서 벗어나 수익 내는 제대로된 일자리 창출
131명 고용… 작년 2억5000만원 순익




서울 성동구 서울숲 인근 ‘엄마손만두 소풍’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만두소 재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 가게는 성동미래일자리㈜가 운영하고 있으며 직원들은 모두 60세 이상이다. 성동미래일자리의 대주주인 성동구는 회사를 세워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 실험을 진행 중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숲 인근 만두 가게 ‘엄마손만두 소풍’. 점심시간을 앞둔 터라 직원들은 만두소 재료를 다지고 있었다. 바쁜 손놀림에도 온화한 미소를 머금었다. 계산대 앞에는 ‘어르신들이 준비 중입니다. 조금 늦더라도 이해해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가게 운영을 맡은 엄기범 매니저(64)와 직원 모두 60세를 넘긴 사람들이다. 2017년 7월 문을 연 이곳은 ‘성동미래일자리㈜’가 운영하는 가게다. 2013년 회사를 그만둔 엄 매니저에게는 4년 만에 다시 얻은 일터다. 엄 매니저는 “나이 든 사람에게 일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 젊은이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긴장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미래일자리는 2017년 6월 설립됐다. 이름처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된 주식회사다. 대주주인 서울 성동구는 노인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공근로 등 단순히 예산을 투입하는 정책에서 나아가 아예 회사를 세웠다. 성동구가 자본금 2억1000만 원을 출자해 이 회사의 지분 70%를 갖고 있다. 나머지 30%(9000만 원)는 회계법인, 디자인회사, 건축사사무소 대표 등 8개 기관, 개인이 투자했다. 상법의 적용을 받는 주식회사인 만큼 1년에 한 차례 이상 주주총회를 연다. 성동구 기획재정국장, 회사 대표, 비상임이사 2명 등이 이사회를 구성한다.

성동미래일자리는 지난달 기준 131명을 고용하고 있다. 설립 첫해인 2017년 12월 69명을 고용한 것과 비교할 때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재무 상태도 좋아졌다. 2017년 1억4000만 원 당기순손실을 봤지만 지난해에는 2억5000만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수익성 확보는 모든 회사의 가장 큰 목표다. 현재 성동미래일자리가 운영하는 13개 사업 중 10개는 구청의 위탁사업으로 수익과 큰 관련이 없다. 카페 2곳과 만두 가게 등 3개 사업장에서 영업 실적을 내야 기업의 경영 성과가 좋아진다. 당연히 경영진은 수익 확대 전략을 짜야 한다.

이달 초 벤처기업과 협업해 방탈출 게임 키트를 내놓은 것도 수익성 확대 전략 중 하나다. 카페와 인근 장소를 활용해 방탈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고 키트에는 3000원짜리 카페 음료 쿠폰을 넣었다. 카페에 방문하도록 유도해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만두와 면을 생산하는 공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자체 만두 가게뿐만 아니라 다른 음식점에도 납품할 수 있도록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획득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중국음식점 한 곳과 납품 계약도 맺었다. 박용민 성동미래일자리 본부장은 “수익을 내면 낼수록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수록 자치구는 그만큼 일자리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일반 카페와 분식집과 차이 없는 사업장을 운영하는 만큼 더 철저하게 직무 교육을 받는다. 만두를 빚고 물건을 계산하는 기본적인 업무 교육은 물론이고 영업장 보안 교육도 받는다.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 훈련도 필수다. 나이 어린 손님이라도 깍듯이 예의를 갖춰야 한다. 박 본부장은 “젊은 손님이 불만을 제기했을 때 훈계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한다”고 말했다. 업무 능력을 갖추면 그만큼 고령 직원의 자존감도 높아진다. 엄 매니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쉬지 않고 손님을 상대한다”면서도 “공원에서 쓰레기를 줍는 공공근로와 비교할 때 보람과 긍지를 더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에만 전국 지자체 관계자 400여 명이 성동미래일자리를 모범 사례로 견학했다. 수익을 내는 회사를 만들어 일자리를 늘린 지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벌써 회사를 설립한 뒤 2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 경영을 통한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 실험은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