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치우다가 시위대와 몸싸움 모든 학교 휴교… 대중교통 마비 시위대, 불편 호소 시민들과 충돌… 활-투석기-화염병 등장 ‘과격화’
경찰처럼 중무장한 홍콩 시위대 13일 대규모 반중 시위에 참가한 홍콩 대학생들이 홍콩중원대 교내에서 헬멧을 쓴 채 화염병, 대형 활과 방패 등을 들고 서 있다. 이날 이공대, 시립대 등 기타 대학에서도 격렬한 반중 시위가 벌어져 “교정이 새로운 전쟁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AP 뉴시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정오경 셩수이 지하철역 인근에서 70대 남성 등 시민 20여 명이 도로의 벽돌을 치우던 도중 시위대와 충돌했다. 이 남성은 시위대의 사진을 찍다가 벽돌에 맞아 쓰러진 뒤 의식불명에 빠졌다.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는 이후에도 남성 일행에게 벽돌을 던졌다. 홍콩 지하철역 곳곳에서는 운행을 방해하는 시위대와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시위대의 대중교통 방해 시위로 버스 운행이 중단되자 40분 넘게 택시를 기다리던 세라 웡 씨는 “모든 것이 멈췄다”며 허탈해했다. 홍콩 중심가 센트럴에는 이날 오후 경찰의 장갑차까지 등장했다.
홍콩 교육국은 이날 ‘홍콩 내 유치원, 초중등학교, 특수학교 등 모든 학교’에 대해 14일 휴교령을 선포했다. 홍콩중원(中文)대를 비롯한 상당수 대학은 이번 학기 남은 수업을 전면 취소했다. 시위대의 은행 공격이 이어지면서 HSBC, 스탠다드차타드, 중국은행 등 홍콩 내 18개 주요 은행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250개 지점이 이날 영업을 중단했다.
전날 밤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격렬한 충돌이 벌어진 홍콩중원대는 13일 경찰이 학교 주변을 포위한 상태다.
불탄 차량과 각종 기물로 높게 쌓은 바리케이드 안쪽에선 양궁용 활로 무장한 시위대도 포착됐다. 이들은 전날 밤 경찰과의 충돌 때 화살에 불을 붙여 쏘기도 했다. 활로 경찰을 겨냥하기도 해 유혈 충돌이 우려된다. 시위대가 대형 투석기를 제작해 화염병을 시험 발사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현장을 찾은 미국 CNN 기자는 “대부분이 대학생인 시위대가 수천 명 있다”며 “이곳이 시위대의 화약고가 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본토 출신 중원대 학생 80여 명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학교에서 피신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