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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이강인 ‘명품 프리킥’ 레바논 장벽 부숴라

입력 | 2019-11-14 03:00:00

14일 운명의 한판 ‘밀집수비’ 대책
정우영 특기 오른발 ‘무회전 킥’
GK 앞에서 흔들리거나 뚝떨어져… 호날두처럼 발등으로 밀어 차기
이강인 왼발 ‘바나나킥’ 메시 닮아, 공 감아차면 회전하다 크게 휘어




‘상대의 밀집 수비를 효율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한국 축구가 약체를 상대로 졸전을 펼칠 때마다 반복되는 분석이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보다 전력이 열세인 팀들은 수비 진영에 많은 선수를 둬 공격 공간을 내주지 않는 전술을 자주 구사한다. 14일 오후 10시 안방인 베이루트에서 한국(FIFA 랭킹 39위)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4차전을 치르는 레바논(91위)도 밀집 수비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레바논은 9월 평양에서 열린 북한과의 1차전에 경미한 부상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혀 대표팀에서 쫓겨났던 베테랑 수비수 조안 우마리(31)가 한국전을 앞두고 대표팀에 복귀하면서 수비력이 강화됐다.

레바논을 공략할 한국의 무기 중 하나는 프리킥이다. 공이 정지된 상황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프리킥은 수비벽이 키커로부터 9.15m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인의 장막’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미드필더 정우영(30·알 사드)은 장기인 ‘무회전 프리킥’으로 레바논 골문을 노린다. 그는 2017년 12월 동아시안컵 한일전에서 무회전 프리킥으로 자신의 A매치 첫 골을 터뜨렸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도 매서운 무회전 프리킥을 보여줬다. 세계적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공을 잡았다 놓친 뒤 간신히 손으로 쳐낼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용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위아래로 흔들리며 날아가는 무회전 프리킥은 ‘득점 기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즐겨 시도한다. 공 중앙의 밑부분을 발등으로 밀어 차면 공은 회전이 거의 없이 골대를 향하다 골키퍼 앞에서 흔들리거나 갑자기 뚝 떨어진다. 공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어 골키퍼가 당황하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카르만의 소용돌이 효과’에 따른 것이다. 공기가 공 표면을 따라 흐르면서 위아래로 갈린 뒤 공의 뒤쪽에서 소용돌이를 발생시켜 공의 움직임을 불규칙하게 만든다. 정우영은 “호날두의 프리킥 영상을 보며 연구했다. 디딤발(왼발)을 공에서 주먹 하나 정도의 위치에 두고, 공의 밑부분을 오른 발등으로 깊숙이 밀어 찬다. 나만의 프리킥 리듬을 찾기 위해 많은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18·발렌시아)은 바나나처럼 휘는 ‘감아차기 프리킥’으로 골을 노릴 수 있다. 이강인은 A매치 데뷔전이었던 9월 조지아와의 평가전에서 왼발로 감아차기 프리킥을 시도했다. 골문에서 23m 떨어진 지점에서 시도한 프리킥은 오른쪽으로 절묘하게 휘었지만 아쉽게 골포스트에 맞았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강인은 20세 이하 월드컵(준우승) 때도 개인적으로 왼발로 감아차는 프리킥 훈련을 반복했다. 킥에 대한 자신감이 큰 그의 프리킥은 스피드가 빠르고 궤적도 날카로웠다”고 말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의 장기가 왼발 감아차기 프리킥이다.

이 프리킥의 궤적은 ‘마그누스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키커가 왼발로 감아 차면 공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날아간다. 이때 공의 왼쪽 주변은 공기 흐름과 부딪치면서 압력이 높아지고, 반대쪽은 회전 방향과 공기 흐름이 일치해 압력이 낮아진다. 그러면 공은 압력이 낮은 쪽으로 휘어지면서 떨어진다.

13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비공개로 훈련을 한 대표팀은 14일 베이루트에 입성한다. 대표팀은 반정부 시위로 얼룩진 레바논의 외부 환경과도 싸워야 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여러 문제로 쉽지 않은 방문경기이지만 우리 스타일대로 승리를 챙기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