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경제학자 美 리텐버그 교수, ‘신약 접근성 확대’ 중요성 강조
세계적 보건경제학자인 프랭크 리텐버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68·사진)는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해외 신약을 국내에 도입하는 데 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약 처방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면 의료비뿐 아니라 근로시간 손실도 줄어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리텐버그 교수는 새로운 의약품 출시 후 특정 국가에서 상용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신약 접근성’으로 규정했다. 한국은 31개국 중 19위였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환자들에게 처방된 의약품 중 2005년 이후 출시된 신약의 비중은 2.1%에 그쳤다. 일본이 4.3%로 가장 높았다. 조사 대상 국가의 평균은 2.6%였다.
신약 효과는 특히 암 치료 영역에서 두드러졌다. 리텐버그 교수는 “36개국에서 19종류의 암 사망률을 비교한 결과 신약 접근성이 높았던 상위 9개국의 환자 사망률이 접근성 하위 9개국보다 15%나 낮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나라별 보건의료비 지출, 교육 수준, 실업률 등의 변수를 최대한 통제해 통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것이다.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은 신약을 더 빨리, 더 낮은 가격으로 처방받게 해달라고 호소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는 급여화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리텐버그 교수는 “한국은 2017년 한 해 신약 출시로 입원 일수가 총 5000만 일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한국 정부가 이런 신약의 비용 효과를 너무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층 진료비가 건강보험 급여의 40%를 초과하는 한국 의료비 지출 구조도 신약 접근성을 더 높여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리텐버그 교수는 “어떤 신약을 급여화할 것인지 정부가 빨리 의사결정을 내리고, 신약에 대한 환자의 본인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