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유명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 입장권을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확보한 후 이를 암표로 팔아넘겨 수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처음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14일 경찰청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콘서트 관람권 등 부정 거래 의혹을 조사해 22명을 적발하고 1일 총책 A 씨(29)와 프로그램 제작자 B 씨(29) 등 2명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매크로를 통해 아이돌그룹 티켓을 조직적으로 판매한 일당이 구속된 건 최초”라고 말했다. 개인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운동경기 관람권을 구매해 처벌받은 사례는 있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사람이 해야 하는 반복작업을 컴퓨터가 대신 하도록 해 작업효율을 높이는 프로그램이다. 매크로를 활용하면 반복작업을 클릭 한 번으로 자동 실행할 수 있어 온라인 티켓 예매 경쟁에 주로 이용돼왔다.
A 씨 등은 2016년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자체 개발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6~7개 아이돌 그룹의 공연과 팬 미팅 관람권 9137매를 구매한 뒤 되파는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13만 원짜리 관람권을 150만 원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온라인 암표거래로 7억 원 이상의 범죄수익을 낸 것으로 파악했다.
A 씨 등은 총책과 매크로 제작자, 티켓 운반책 등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했고,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형제이거나 지인 관계로 얽혀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 씨 등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관람권 등을 1개 주소지로 다량 구매한 뒤에 이를 운반해 모으고, 다시 국내 또는 국외에 2~10배 가격으로 되판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한 주소지에 공연 관람권이 10매 이상 배송된 곳에 비정상적인 거래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던 중 일부 사례에 범죄 정황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관련 판례를 분석하고 여성변호사회의 자문 등을 거쳐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관람권 등 암거래 행위에 업무방해 등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타인의 계정에 로그인한 이력이 있는 경우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정보통신망 침해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경찰은 A 씨와 B 씨를 먼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으며, 일당의 여죄 등을 수사하고 있다. 또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유사 범죄를 적발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한편 문체부는 내년 1월 대중문화, 3월 프로 스포츠 관련 온라인 암표 신고창구를 운영할 예정이다. 문체부가 의심 사례에 대해 수사 의뢰를 하면 경찰은 책임 수사관서를 지정해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