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 제공
유조선이 한국에 입항하기 전 부두가 준비되지 않으면 여수 근처로 간다. 선박을 접안해 하역작업을 할 부두가 없으면 회사는 기관감속(slow steaming)을 지시한다. 속력을 낮춰서 오라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연료비가 적게 든다. 시간당 20㎞로 항해하던 속력이 10㎞ 정도로 떨어진다. 이제 낚시가 가능해진다. 당직이 아닌 선원들은 뱃전에 붙어서 낚시를 즐긴다. 간혹 큰 고기들이 잡혀서 무료한 선상 생활을 즐겁게 해준다. 낚시 도구 장만은 선박에서 오락에 해당하는 것으로 3등 항해사 담당이다.
동기생은 선박이 기항할 때마다 낚시 가게를 찾아가서 낚시 도구를 잘 장만해왔다. 한번도 아니고 꾸준하게 준비를 잘했다. 성실한 그의 태도가 선장은 물론이고 선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침 2등 항해사 자리가 비게 됐다. 그래서 선장은 “진급을 상신합니다”하고 전보를 회사에 보내 결국 특진이 됐다. 그래서 통상 2년이 필요한 진급을 1년 만에 달성한 것이다. 특진을 하려면 낚시가 가능한 유조선을 타야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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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선장으로의 진급’은 이들과 다르다. 꼼꼼하게 다양한 자질을 검증한다. 선장은 선박의 총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우선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선장은 선주의 대리인이므로 선주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마냥 마음만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 ‘한칼’을 보여줘야 한다.
한 1등 항해사가 분위기가 좋지 않은 선박에 해결사로 올라갔다. 원목선인데 목숨 수당이 없어서 선원들의 불평이 심했다. 다른 회사에는 있는 것이다. 1등 항해사는 왜 다른 선박에는 있는 원목선 목숨 수당이 없느냐고 한국의 송출 대리점에 가서 항의를 했다. 본사의 허락을 받아야한다는 답을 들었다. 1등 항해사는 당장 실시해야한다고 했다. 전체 선원들의 목숨수당 중 자신이 절반을 낼 터이니 회사에서 절반을 내어달라고 했다. 송출회사는 본사의 허락 없이 그렇게는 안 된다고 했다. 출항하기 전 1등 항해사는 서류를 기안해서 일본의 본사에 보냈다. 1개월이 지나 본사에서 허락이 나서 소급 적용된 목숨수당을 받게 됐다. 회사는 불편했지만 이런 1등 항해사라면 외국에서 선주의 이익과 함께 선원, 선박 그리고 화물을 잘 보호할 선장으로 보았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그는 선장으로 쉽게 진급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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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교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