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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업 노크하는 구글… 내년 씨티銀과 손잡고 당좌계좌 서비스

입력 | 2019-11-15 03:00:00

구글페이 강화한 ‘캐시 프로젝트’… 수표발행-지급결제 가능해져
이용자 소비지출 데이터도 확보… 애플카드-페북페이-우버머니 등
IT공룡들 금융업 진출 가속도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인 구글이 대형 은행 씨티그룹과 손잡는다. 구글 외에도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우버 등 모바일과 인터넷을 장악한 ‘IT 공룡’들이 속속 금융업 진출을 추진하면서 세계 금융계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 ‘구글 뱅킹’ 내년 시동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 시간) 구글이 내년부터 씨티그룹 및 스탠퍼드대 신용협동조합과 협력해 구글페이에 연동된 개인 당좌 계좌(Checking account)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은행 계좌는 저축 용도의 예금 계좌(saving account)와 수표 발행 및 지급 결제를 위해 쓰이는 당좌 계좌로 나뉜다. 구글페이를 통해 해당 은행 계좌에 돈을 넣어두면 예금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캐시(Cache) 프로젝트’로 알려진 구글의 이 서비스는 기존 금융사와의 경쟁이 아닌 자사의 구글페이를 강화하고 이용자의 소비 및 지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막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갖춘 아마존과의 경쟁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 많다. 구글은 지난해 3900만 명인 구글페이 이용자를 2020년 1억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웰스파고의 브라이언 피츠제럴드 인터넷 담당 분석가는 고객 메모에서 “구글이 고객의 구매 행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금융업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WSJ는 “구글은 은행업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씨티그룹이 금융망 운영, 규제 준수 등 은행 계좌 운영의 핵심 업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구글의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신, 덩치가 큰 구글의 추가 시장 지배력 확대를 우려하는 규제 당국의 반발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우버도 속속 진입


구글의 경쟁자인 페이스북과 아마존 등도 디지털 지급결제, 은행 계좌 개설, 대출 등 소비자금융 시장으로 급격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12일 인스타그램, 메신저, 와츠앱 등을 통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통합결제 체계인 ‘페이스북페이’를 선보였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화폐 ‘리브라’를 통해 중앙은행의 발권이 핵심인 금융시장의 기존 질서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도 진행하고 있다.

애플은 올해 8월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신용카드인 ‘애플카드’를 선보였다. 아이폰 성장세 둔화를 서비스 시장에서 만회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애플은 이미 애플페이로 1억40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아마존도 기존 은행과 당좌계좌를 내놓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공유업체 우버 역시 모바일 뱅킹 계좌를 출시했고 지난달 금융 서비스를 총괄하는 조직 ‘우버머니’도 신설했다.

기존 은행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진 셈이다. 당장은 IT 공룡들도 기존 금융사와의 제휴가 필요해 ‘동거’가 불가피하지만 향후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이 구글과 손잡은 이유도 현재 최대 경쟁자인 JP모건체이스에 비해 적은 점포 수를 만회하고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 전문가들도 IT 공룡들이 단기적으로 기존 금융사와 제휴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단독 신용카드 및 금융서비스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벤모 캐시앱 등 작고 빠른 핀테크 회사, 전 세계적으로 수억∼수십억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IT 공룡까지 상대해야 하는 전통 금융회사들의 위기감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