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 기온과의 차이가 3도 이상 낮은 것을 기준으로 해도 큰 차이는 없다. 이 경우 2010년을 추가해 8번 수능 한파가 찾아왔다고 할 수 있다. 확률적으로 26분의 8, 즉 약 30%다. 실은 평년기온보다 5도 이상 높은 유난히 따뜻한 수능일도 몇 차례나 있었고 예년과 기온이 비슷한 수능일은 더 많았다. 그러나 그런 건 기억에 별로 남지 않는다. 기억이란 수학적이 되지 못해서 소풍날은 비온 것만 오래 기억에 남고 수능일은 한파가 몰아친 것만 오래 기억에 남는다.
▷머피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나에게만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법칙이다. 슈퍼마켓에 줄을 서면 꼭 다른 줄이 먼저 줄어든다. 실은 재수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렇게 느낄 뿐이다. 슈퍼마켓 계산대가 5개 있다고 치면 내 줄이 가장 먼저 줄어들 확률은 5분의 1에 불과한 반면 다른 줄이 먼저 줄어들 확률은 5분의 4다. 수능일에 꼭 한파가 몰아친다고 느끼는 데도 비슷한 착각이 있다.
▷일본만 해도 대학입시센터 시험을 이틀에 걸쳐 치른다. 중국의 가오카오는 사흘 동안 본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는 2주간에 걸쳐 6일간 치른다. 미국의 SAT는 1년에 7차례 볼 수 있다. 우리만 유독 하루에 수능을 끝내버리다 보니 인생에서 수능일 하루의 컨디션이 무척 중요해지고, 날씨에까지도 수험생이나 학부모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이 수능 한파란 말 속에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