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 특별전 ‘광장’, 2030 시민 3명과 돌아보니…
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 2부가 열리는 과천관 전시 전경. 유영국(1916∼2002)의 ‘작품’(1957년)과 김환기(1913∼1974)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년)를 전시한 모습. 회화 작품 앞에 김환기가 소장했던 백자도 전시돼 있다.
감각을 일깨우고, 초월적 경험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미술관을 “새로운 교회”라 비유한다. MMCA라는 공공미술관이 준비한 ‘광장…’은 이런 비유가 적절할 만큼 일반 관객에게까지 감동을 주는 전시일까. 동아일보는 지난달 27일 ‘미술계 밖’의 시민 3명과 함께 MMCA 과천 ‘광장’전을 감상했다.
○ 도입부는 신선하지만, 광활한 주제가 혼란
‘광장’ 1부가 열리는 덕수궁관 전시 전경. 이쾌대(1913∼1965)의 ‘해방고지’(1948년)와 ‘군상IV’(1940년대 후반)가 걸린 제4전시실. MMCA 제공
전시를 관람한 이동규(32·변호사), 손호정(31·로봇 엔지니어), 주희원 씨(29·취업준비생)는 전시 관람 경험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다들 ‘주제가 너무 넓어 혼란스럽고, 설명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씨는 “각 시대 상황과 작품의 연결고리가 구체적이지 않아 집중이 어려웠다”며 “주제가 추상적이어서 기획자도 구성이 쉽지 않았을 듯하다”고 말했다. 손 씨는 “과거와 동시대 작품의 병치나 역사적 애도를 담은 ‘하얀새’ 섹션은 좋았다”면서도 “타임라인 등 설명이 부족해 아쉽다”고 했다.
실은 이번 전시는 출발부터 추상적이었다. 강승완 학예연구실장의 서문에 따르면 ‘광장…’은 “회고가 아닌, 불확실한 미래를 상상하는” 전시다. 전체 전시를 관통하는 ‘광장’의 의미는 4·19혁명 등 현대사 주요 기점의 “울분, 애도, 축제, 환희의 각기 다른 결의 함성이 채운 공간”을 의미한다. 이를 기반으로 MMCA의 소장품을 선별해 구성했다.
전시 구성은 큐레이터의 선택이다. 그러나 해외 공공미술관의 흐름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영국 공공미술관인 테이트는 수년 전부터 작품 설명의 기준을 9세의 눈높이로 낮췄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구성을 지향한다. 또 국제 미술사의 흐름 사이에 자국 작가의 작품을 배치해 이해를 돕는다. 아직 미술사에 관한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국내 관객에게 이러한 배려는 더욱 필요하다.
○ ‘인쇄본’ 논란까지… 내실 보완 절실
특히 1부 전시는 최근 일부 작품이 인쇄본임에도 표기가 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미술 애호가·저술가인 황정수 씨는 지난달 25일 전시품 중 한용운의 ‘수연시’와 오세창의 글씨 ‘정의인도’가 인쇄본임을 지적했다. MMCA 측은 소장가 확인 등 절차를 거쳐 뒤늦게 ‘복제본’ 표시를 부착했다. 황 씨는 추가로 민영환, 신규식의 작품은 위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MMCA 측은 두 작품의 진위를 다시 확인 중이다. 황 씨는 “국내 최고의 미술관인 MMCA의 기념비적 대규모 전시에 이런 의혹이 불거져 안타깝다”며 “전시 횟수를 줄여서라도 충분한 연구와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