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등 안보라인 핵심 접견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15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50분간 이어진 접견에서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에 대해 군사정보를 공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문재인 대통령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의 만남이 끝난 뒤 이같이 말했다.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지소미아 파기 방침을 정했지만, 종료 시점인 23일 0시까지 일본의 태도 변화에 따라 새로운 방안을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역시 에스퍼 장관에게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해줄 것을 요청했고, 에스퍼 장관도 “노력해 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남은 1주일 동안 한미일 3국 간 치열한 물밑 교섭을 예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소미아 파기 결정의 책임이 일본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에게 일본의 수출 규제 등의 조치가 없었다면 우리 정부도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설명했다”며 “이 점에 대해서는 에스퍼 장관 등 미국 측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지소미아 연장을 압박하는 미국에 “일본을 설득하라”고 거듭 촉구한 것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은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조하는 에스퍼 장관에게 “우리 정부 역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소미아와 관련해 “한미동맹과 전혀 관계없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공동 성명에서 “양 장관은 고위급 정책협의, 연합훈련, 정보 공유, 인적 교류 활동을 포함한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을 지속해 나간다”고 합의했다. 지소미아 연장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놓은 셈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이 17일 태국 방콕에서 지소미아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국 국방장관 회담은 지난해 10월 이후 약 1년 1개월 만이다. 고노 방위상은 하루 뒤 역시 방콕에서 에스퍼 장관과도 회담을 갖는다. 한국과 일본은 12월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식 회담을 할 가능성이 크다. 또 문 대통령은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과 에스퍼 장관의 회동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는 에스퍼 장관이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꺼낼 경우 “양국 간 잘 협의하자”는 원론적인 답변을 준비했지만, 에스퍼 장관 등 미국 참석자들이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대신 미국은 장외 압박을 이어갔다. 에스퍼 장관은 청와대 방문 전 SCM 기자회견에서 “정경두 장관과 나는 방위비 분담금 논의를 했다”고 말한 뒤 “올해 말 전에 한국이 더 많이 부담하는 방향으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을 결론 내는 일은 중요하다”고 했다. SCM 공동 성명에도 ‘제10차 협정 만료(올해 말) 이전에 제11차 협상이 타결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그간 SCM 공동 성명에서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협상의 적기 타결’ 등의 모호한 문구가 담긴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지금까지 한미가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방위비를 책정해 오면서 한반도 평화를 잘 유지해온 만큼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분담금이 책정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한미가 공감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