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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3점 얻고 끝… 일본 ‘벌떼 마운드’에 당했다

입력 | 2019-11-18 03:00:00

김경문호, 결승서도 아쉬운 패배
김하성 투런-김현수 솔로 앞섰지만 양현종 유인구 안 통해 초반 흔들
1회말 1점 주고 2회 스리런 허용… 日, 투수 2회부터 교체 총 7명 투입
이정후 이영하 등 신예 투타 맹위… 내년 올림픽선 설욕 기대감 높여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한국의 양의지가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삼진 아웃 당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한국은 일본에 3-5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도쿄=뉴스1

아쉬운 역전패였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숙적’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그렇지만 내년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일본에 3-5로 패했다. 전날 슈퍼라운드 최종전에서 난타전 끝에 8-10으로 진 한국은 설욕을 노렸으나 투타 모두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2015년 초대 대회에서 우승했던 한국은 대회 2연패의 문턱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대회 우승팀 일본은 상금 150만 달러(약 17억5000만 원), 한국은 준우승 상금 75만 달러(약 8억8000만 원)를 받는다.

경기 초반만 해도 한국의 기세는 일본 관중으로 가득 찬 도쿄돔을 침묵으로 몰아넣을 정도였다. 1회초 이정후(키움)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김하성(키움)이 올해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 다승왕(15승)에 오른 야마구치 슌(요미우리)을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기는 호쾌한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2사 후에는 김현수(LG)가 야마구치를 상대로 다시 한번 우중간 담장을 넘기며 3-0으로 앞섰다.

하지만 믿었던 에이스 양현종(KIA)이 초반에 흔들리며 곧바로 역전을 허용했다. 양현종은 1회말 2사 1루에서 스즈키 세야(히로시마)에게 좌측 담장을 그대로 때리는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았다. 3-1로 앞선 2회말 2사 1, 2루에서는 야마다 데쓰토(야쿠르트)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내줬다.

정교한 일본 타자들은 양현종의 유인구에 거의 속지 않았다. 회심의 결정구는 번번이 커트해 냈다. 반면 실투는 놓치지 않았다.

일본은 에이스 야마구치가 부진하자 2회부터 곧바로 투수를 교체하는 등 총 7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2회초 다카하시 레이(소프트뱅크)를 시작으로 다구치 가즈토, 나카가와 고타(이상 요미우리) 등이 6회까지 한국 타선을 꽁꽁 묶었다. 7회에 등판한 가이노 히로시(소프트뱅크)는 최고 시속 158km의 직구를 뿌렸고, 8회 마운드를 물려받은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는 150km대 후반의 속구에 140km대 후반의 포크볼을 던졌다.

한국은 3회부터 5회까지 매 회 선두 타자가 안타로 출루했으나 주루사(3회)와 도루 실패(5회)가 나오며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내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한국은 내년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 다시 한 번 설욕에 나선다. 일본의 강한 투수진을 넘어서야 2008년 베이징 대회에 이어 올림픽 2연패를 이룰 수 있다는 교훈도 얻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6년 리우 올림픽 때는 야구가 열리지 않았다. 이와 함께 이정후(21)와 이영하(22·두산) 등 한국 야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선수들을 발굴한 것도 수확이었다. 중견수 이정후는 타율 0.385에 4타점 5득점을 올렸고, 필승조로 나선 이영하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8의 호투를 펼쳤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오늘의 패배를 잊지 않고 올림픽 때 이기겠다. 젊은 투수들이 성장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도쿄돔에서 열린 야구 한일전은 이틀 연속 만원 관중을 기록하며 최고의 흥행 카드임을 다시 입증했다. 16일엔 4만4244명이, 17일엔 4만4960명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3, 4위전에서는 멕시코가 연장 10회 접전 끝에 미국을 3-2로 꺾고 동메달을 따냈다. 멕시코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로써 6개국이 출전하는 올림픽 본선 진출국 중 4개국(한국, 일본, 이스라엘, 멕시코)이 정해졌다. 나머지 2개국은 내년 3월 열리는 최종 예선 등을 통해 결정된다.


이헌재 uni@donga.com·조응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