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까talk]젊은 입맛 사로잡은 디저트계의 새 강자 ‘노인이 즐기는 간식’ 편견은 옛말… 세련된 모양으로 비주얼 개선 서양 허브 가미 다양한 맛 구현 전문점 속속… 핫플레이스 떠올라
양갱을 주력 디저트로 내건 서울 을지로의 카페 적당. 밤, 초콜릿, 밀크티, 피스타치오 등 총 9가지 색다른 맛의 양갱을 선보여 ‘힙지로’의 양갱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적당 제공
팥을 삶아 체에 거르고 설탕 밀가루 갈분 등을 섞어 틀에 넣고 쪄서 만든 디저트다. 40대 이상에게만 해도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옛날 간식으로 통했다. 그런 요즘 ‘양갱’이 젊어지고 있다. 초콜릿, 라즈베리, 피스타치오 등 고급스러운 맛의 양갱이 밀레니얼 세대에게 프리미엄 디저트로 각광받고 있다. 양갱을 주 메뉴로 한 디저트 카페들 역시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직장인 김소희 씨(27)는 최근 양갱 맛에 푹 빠졌다. 일주일에 두세 번 커피와 함께 수제 양갱을 곁들어 먹는다. 김 씨는 “처음엔 왠지 양갱이라고 하면 어릴 적 어른들이 먹던 기다란 연양갱이 떠올라 잘 먹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서 양갱 모양을 닮은 단백질 블록(Protein Block)을 본 뒤 더욱 꺼렸다.
이윤진 씨(36)도 ‘양갱 덕후’를 자처한다. 양갱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맛을 수집(?)한다. 이 씨는 “양갱을 맛있게 먹는 팁은 조금씩 잘라 먹는 것”이라며 “그래야 입안에 퍼지는 향과 식감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 주요 양갱 카페의 상품들. 16가지 맛의 양갱을 파는 금옥당(오른쪽 사진)의 팥양갱과 일명 ‘망리단길’에 있는 양갱 전문카페 언아이콘의 양갱들. 언아이콘 제공·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서대문구 연희로 ‘금옥당’ 역시 입소문이 대단하다. 특히 개그우먼 이영자와 송은이, 김숙 등이 한 요리 프로그램에서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양갱 종류만 밤과 밀크티, 쌍화, 크랜베리 등 무려 16가지. 요즘 취향에 맞춰 설탕 양을 줄이고 보존제를 넣지 않는 게 특징. 유통기한은 짧지만, 진한 앙금처럼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마포구 월드컵로 ‘언아이콘’도 양갱 덕후들의 성지로 통한다. 팥과 흑임자, 호박, 멜론 등 4가지 맛을 판매한다. 처음 씹을 땐 쫄깃하지만,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드는 식감이 특징. 이 밖에 양갱업체와 초콜릿업체가 함께 운영하는 용산구 우사단로 ‘리플라이커피’나 팥 라테로 유명한 마포구 방울내로 ‘마가렡’ 등도 손꼽히는 양갱 카페다.
‘적당’을 운영하는 김태형 씨는 “전통 디저트인 양갱이 마카롱 같은 서양 디저트들보다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게 항상 아쉬웠다”며 “요즘 양갱은 어느 디저트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한다”고 전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