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재로선 비핵화 문제와 관련한 북미 간 협상을 결렬시킬 생각도, 타결을 서두를 생각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일본 공안조사청 제2부장 출신의 북한문제 전문가 사카이 다카시(坂井隆)는 지난 16일자 마이니치신문 온라인판에 기고한 ‘김 위원장은 초조해하지 않는다’는 글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협상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불투명감이 강해지고 있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선 김 위원장이 협상을 완전히 결렬시켜 전면적인 대결 상태로 들어가는 걸 생각하고 있다곤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카이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북한 지도부의 최대 과제가 경제건설”임을 꼽으면서 “내년(2020년)은 김정은 정권이 내놓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다. ‘중점 건설대상’에 인민군 부대가 대량 동원되고 있는데, 미국과의 전면 대결상태가 되면 이런 일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 국내용 매체 노동신문에선 고위 인사들의 대미(對美) 강경 발언이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는 점도 ‘북미 간 전면대결’을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사카이는 최근 연이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선 “명중률 향상이 강조되고 있는 점을 볼 때 (핵탄두가 아닌) 재래식 탄두 탑재를 전제로 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그런 무기류를 배치해 지금껏 핵무기가 담당해온 억지력을 대체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해서 (김 위원장이) 북미 협상 타결에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보는 것도 잘못”이라며 “북한의 경제사정이 좋다곤 할 수 없지만 절박한 상황에 있다고도 생각하기 어렵다. 오히려 제재에 의한 압박을 국민에게 분발을 호소하는 지렛대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카이는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대미협상을 서두르지 않되 성과를 최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대미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협상전술로서 ‘흔들기’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최종 목표는 미국 측으로부터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걸 전제로 자기가 바라는 내용·방식의 비핵화에 응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